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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명품 리폼

이동훈 논설위원


한국인의 명품 사랑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올해 초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명품 소비 분석 보고서가 이를 수치로 증명해 화제가 됐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품 소비액이 168억 달러(약 21조원)로 1년 전보다 24%나 늘어나면서 1인당 명품 소비액(325달러)이 미국(280달러)을 누르고 세계 1위에 등극했다. 보고서는 한국인 특유의 과시욕에다 부동산 가치 상승이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주재하는 유럽 국가 대사관의 주요 업무에 명품 판촉 루트를 뚫는 일이 추가됐을 정도다.

명품 ‘큰손’ 한국의 위상은 가방 ‘리폼(reform·개혁,혁신)’ 시장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리폼은 기장이나 통을 줄이는 ‘수선’과 달리 오래된 제품의 디자인을 ‘한 땀 한 땀’ 새것처럼 개조하는 것이다. 요즘엔 장인 수준의 기술을 갖춘 리폼 업체들만 모아 놓은 전용 플랫폼까지 등장했다. 성형수술이나 임플란트 시술처럼 견적부터 시작해 전 과정을 고객과 함께 리뷰하기 때문에 완성까지 족히 2개월은 걸린다. 가격은 수십만원을 호가한다.

한국의 리폼 시장을 지켜보던 세계 3대 브랜드 루이비통이 최근 철퇴를 가하고 나섰다. 리폼 제품 1개에 10만∼70만원의 제작비를 받아 온 리폼업자 A씨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금지 등 소송을 내 1심에서 1500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A씨는 같은 형태의 물품을 반복 생산하거나 여러 단계에서 교환·분배되는 ‘유통성’을 갖추지 않았다며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리폼 제품이 교환가치가 있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이상 상표권 침해가 맞는다고 판시했다. 리폼 제품을 본 제3자 등 일반 소비자는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분명히 있다고 브랜드 손상도 문제 삼았다. 제작비를 받는 리폼 업자들은 상표권 침해 소지가 있다 해도 ‘내돈내산’한 물건을 재활용해 쓰려는 소비자들은 아까운 명품을 그냥 버리라는 거냐며 아우성이다. 이번 판결이 신축 아파트 리모델링이나 명품 자동차 튜닝 등에도 여파가 미칠지도 궁금하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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