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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한국형 선진국 모델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초저출산과 저성장 구조화로 한국의 지속 성장 단언 어려워
과감한 구조개혁 필요함에도 3대 개혁은 산으로 가고 있어

대통령이 개혁에 진심이라면 법치주의에 멈춘 개혁 목표를
한국 경제의 리모델링에 두고 개혁 거버넌스 재정비해야

총선 승부도 작은 전투 아니라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이라는 큰 싸움에서 결판내야 한다

한국은 경제 개발 단계에서 가장 성공한 모델국가다. 중국 덩샤오핑을 비롯한 많은 외국 지도자들이 그 경험을 배우기 위해 방한하기도 했다. 한국형 성장모델은 이론화돼 경제발전론의 새 장을 열었고 개발도상국에 전수되고 있다. 한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민주화와 세계화 개혁으로 중진국 함정을 넘어 선진국 진입에 성공했다. 한국형 추격성장모델을 이론화한 서울대 이근 교수에 따르면 이제 1인당 국민소득(구매력평가 기준)은 일본과 이탈리아를 넘어섰고 올해 영국도 추월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추격 속도가 최근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촉구했다.

우리를 벤치마킹하던 중국은 권위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도 가능하다면서 중국 모델을 전파 중이지만 대부분 학자가 체제 경직성의 비효율을 이유로 그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성공한 대표 모델로 찬사를 받아 왔고 최근에는 K콘텐츠 붐까지 가세하며 자타 공인 경제와 문화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그렇다고 중국 모델의 쇠퇴와 한국의 지속 성장을 단언하기도 어렵다. 노동과 교육, 여성 문제 해결에 실패해 초저출산과 저성장이 구조화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모로코 방문 중 기자간담회에서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조만간 1%대 성장률로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총재의 우려에 공감한다.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미국 대비 한국 경제 비중으로 계산한 경제추격지수를 보면 1990년대부터 빠르게 상승하다가 2014년을 정점으로 둔화하기 시작해 2019년 이후 급락하고 있다. 2021년 한국경제학회는 공식 의견으로 과감한 구조개혁만이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작년 3월 경제와 경영 등 4대 학회 공동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주요 정책개혁 요구안을 건의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한 응답이 윤석열 대통령의 3대 개혁 드라이브였던 셈이다. 취임 후 윤 대통령은 개혁을 진두지휘하며 노동개혁에서 성과도 좀 냈지만 3대 개혁은 지금 산으로 가고 있다.

노동과 교육개혁은 법치 확립으로 둔갑하고 연금개혁은 문재인정부가 갔던 실패의 길로 가는 중이다. 여성 정책은 아예 실종 상태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갑론을박이지만, 운동권 정치의 해체와 문정부의 포퓰리즘 극복이라는 윤정부의 소신은 그대로이리라. 다만 최종 승부는 법정이 아니라 정책개혁으로 판가름 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법치 토대 위에서 학계와 손잡고 구조개혁의 큰길을 가야 한다. 김영삼정부의 세계화 개혁에 버금가는 대대적인 개혁 드라이브로 초저출산과 구조적 저성장을 극복하겠다는 큰 승부를 걸어야 대통령이 작은 정치에 끌려다니지 않게 된다. 법치주의에 멈춰버린 3대 개혁의 목표를 한국 경제 리모델링에 두고 개혁 이념과 대표 지식인, 실행의 사령탑을 재정비해야 한다. 지금 공론장에는 정책 담론 대신 범죄 혐의만 무성하고 대화와 타협의 시간을 수사와 감사로만 채우고 있다.

한덕수 총리가 최근 개천절 경축사에서 3대 개혁을 언급은 했지만 남는 메시지는 가짜 뉴스 엄정 대처뿐이었다. 3대 개혁은 이제 영혼 없는 구호가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이 3대 개혁에 진심이라면 지금이라도 여기에 맞춰 내각과 대통령실을 쇄신해야 한다. 법치는 사법당국에 맡기고 대통령은 개혁 거버넌스를 정비하고 여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하나는 YS 때처럼 대통령실에 박세일 정책기획수석과 같은 전담팀을 두고 외곽에 민관합동개혁추진위원회를 가동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경제자문위원회나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활용할 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개혁 총리를 세워 경제사회 정책과 3대 개혁 총괄을 총리에게 맡기는 방법이다.

한국이 중국 경제의 몸집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선진 강국이 되려면 윤정부에서 한국 경제의 마지막 문턱을 넘어야 한다. 대외적으로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내세웠듯이 국내적으로는 3대 개혁을 통해 한국형 선진국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3대 개혁은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촉발할 수 있어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와 여야 합의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는 난제 중 난제다. 15년 가까이 말만 무성하고 행동은 못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총력을 모아 매진한다면 그를 중심으로 집단지성이 발현되고 국민적 개혁 에너지가 모일 것이다. 총선 승부도 작은 전투가 아니라 한국 경제 구조개혁이라는 큰 싸움에서 결판내야 한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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