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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한·중의 화이부동

라동철 논설위원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지난 14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한·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로 관계를 회복하자”고 말했다. 건강상 문제로 오지 못한 친강 외교부장을 대신해 참석했지만 왕 위원은 중국 외교의 사령탑이어서 한·중 외교에 대한 중국의 의중이 실린 발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게다.

화이부동. 어디서 들어본 말이다. 윤석열정부 초기인 지난해 8월 중국을 방문한 박 장관이 당시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이던 왕 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 칩4(한국·미국·일본·대만)에 우리 정부가 참여키로 결정해 한·중 간 갈등이 고조되는 시기였는데 박 장관은 왕 위원에게 “국익과 원칙에 따라 화이부동의 정신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었다.

미국이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강화하고 우리 정부도 이에 동조하는 듯한 행보를 취하면서 한·중 간 불협화음이 커져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양국 외교 수장들이 시차가 있지만 둘 다 화이부동을 거론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화이부동은 중국 고서 논어에 나오는데 공자가 한 말이다. ‘남들과 화합을 도모하되 그들과 똑같아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박 장관과 왕 위원의 속내가 같지는 않겠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공동 이익을 위해 협력할 건 협력하자’는 의중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보는 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양국은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얽혀 있는 이웃 국가지만 정치 체제, 지향하는 가치 등에서 간극이 크고 외교·군사적으로도 입장이 엇갈리기도 한다. 미·중 간 패권 다툼, 경제·군사적 블록화 흐름 등으로 양국의 접점이 줄어드는 추세다. 그렇더라도 불협화음이 커지고 이를 방치하는 건 양국 모두에 득이 될 게 없다. 차이보다는 공동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전제돼야 화이부동이 가능할 텐데, 한·중이 과연 그런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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