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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벼락

한승주 논설위원


벼락 맞은 사람들의 모임, 김영하 작가의 소설 ‘피뢰침’에 나오는 얘기다. 벼락을 맞고 살아남은 이들이 짧은 순간의 강렬함을 잊지 못해 사진사가 출사 나가듯 벼락 맞기 좋은 시간과 장소를 골라 체험을 나간다. 작가는 이렇게 묘사한다. ‘언젠가 지극히 완벽한, 공포와 전격을 일치시켜 자아를 뛰어넘는, 그 경지에 이를 때까지 나는 적란운을 쫓아다닐 겁니다.’ 실제로 이런 모임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실에서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낙뢰라고도 불리는 벼락은 번개가 지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대기가 매우 불안정할 때 발생한다. 수직으로 발달한 커다란 구름인 적란운이 형성되고, 대기 위의 차가운 공기와 아래의 따뜻한 공기가 충돌할 때 벼락이 친다. 주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구름이 나타나는 7~8월에 잦다. 벼락에 맞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세계적으로 한 해 낙뢰로 죽는 사람은 2000명에 이른다. 미국 국립번개안전연구원(NLSI)은 벼락에 맞아 숨질 확률을 28만분의 1로 규정했다. 이는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인 814만분의 1보다 훨씬 높은 것이니 방심은 금물이다.

지난 10일 강원도 양양군 설악해변에서 발생한 낙뢰로 1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도 5명이다. 기온이 섭씨 1도 높아지면 번개 발생은 12배 증가한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벼락도 예전보다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인이자 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1752년 열쇠를 매단 연날리기 실험을 통해 번개가 전기의 일종임을 밝혔다. 이후 번개를 지상으로 흡수하는 피뢰침을 발명했다. 건물에는 보통 피뢰침이 설치돼 있으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번개가 치고 30초 내 천둥이 울리면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마지막 천둥이 울리고 30분 지난 후 움직여야 하는 ‘30-30 규칙’을 기억하자. 높은 구조물이 없는 평지에 서 있는 건 사람이 피뢰침으로 벼락을 유도하는 셈이라 매우 위험하다. 같은 이유로 번개가 칠 때 우산, 등산 스틱, 골프채 등을 들고 있으면 안 된다. 벼락에 맞설 방법은 없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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