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처분 계획을 지연한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금양이 무성의한 자원개발 공시로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금양은 지난해 콩고 광산 개발업체 지분 투자 건에 이어 이달 10일에는 몽골 광산업체 지분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건을 각각 공시했으나, 자본시장 전문가는 물론 자원개발 전문가도 진위를 판단할 수 없는 공시라고 지적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양은 해외자원 탐사 및 개발사업을 신규사업으로 밝히며 콩고와 몽골 현지 개발업체와 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거래 상대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투자 판단을 위한 정보 가치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콩고민주공화국 광산의 경우에는 거래 상대방 실체 자체가 불분명하다. 금양은 지난해 10월 콩고민주공화국에 있는 광산을 탐사하고 개발하는 사업을 운영하는 ‘CHARLIZE RESSOURCES SAS’와 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금양은 해당 회사에 대해 ‘광산을 탐사하고 개발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원개발 전문가들도 해당 법인을 인지하지 못해 실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있다. 금양이 해당 법인의 자본금을 42만1950원으로 공시한 것도 의문을 키웠다. 문제가 제기되자 당시 금양 홍보이사는 ‘페이퍼 컴퍼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는 해당 법인이 광산탐사 개발 법인이라는 회사의 최초 공시 내용과 배치된다.
지난 10일 MOU를 맺었다고 공시한 몽골 광산 건도 상황은 비슷하다. 금양은 현지 개발업체인 ‘몽라’의 지분을 6000만달러로 최대 60%까지 확보하겠다고 공시했다. 한 달 내에 지분인수 본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금양의 주가는 지난 11일 18.12%나 치솟았다. 하지만 역시 거래 상대방에 관한 내용은 매도인 이름밖에 없어 투자자가 진위를 판단하기 불가능하다.
시장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구속력도 없는 MOU 공시를 검증 없이 허용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업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실제로 존재하는 기업인지 정도는 거래소 선에서 확인했어야 하는 문제”라며 “회사의 보도자료를 최소한의 검증 없이 공시로 올려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금양의 구체성이 부족한 MOU가 공시로 허용된 것도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협조한다’는 수준은 공시로 받지 않지만, 투자 규모 등 내용이 포함돼 있고 투자자 판단에 필요한 사항이라고 판단되면 허용한다”고 설명했다.
구속력 없는 MOU 공시 허용 여부에 관련한 거래소 규정은 없다. MOU가 실제로 체결이 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데 그친다. 거래소 또 다른 관계자는 “거래소는 수사기관이 아니므로 해당 내용의 진위까지 검증하기는 어렵다”며 “대신 사후에 허위 공시 등으로 문제가 됐을 경우 벌점 등을 부여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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