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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지게꾼 인생 50년… 쉼표, 그리고 다시 오른다

설악산 마지막 지게꾼 임기종씨

임기종씨가 지난 2일 강원도 설악산에서 지게를 앞에 두고 활짝 웃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80kg 이상의 짐도 거뜬했지만 이제는 숨이 차서 40kg이 적당하다.

“다시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는데 온 천하가 내 것인 양 참 좋더라고요.”

설악산 마지막 지게꾼 임기종(66)씨가 지난 2일 설악산 숲속에서 지게를 앞에 두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임씨는 지난해 한 유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짐을 옮겨주고 6000원을 받았다고 말했다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 20여년 전 상황을 설명한 것이었는데 최근까지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16살부터 50년을 지게꾼으로 살아와 발톱이 다 휘어졌다.

임씨의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와 짐 운반을 의뢰했던 이들에겐 시청자들의 항의전화가 쏟아졌다. 논란이 부담된 이들은 더이상 짐을 맡기지 않았고 임씨는 결국 지게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두 달 전 다시 짐을 올려달라는 연락이 왔다. 전보다는 적지만 월 1회 이상 설악산을 오른다.


코로나19 사태로 중단했던 효도관광도 다시 시작했다. 임씨는 생활비를 아껴 모은 돈에 주위에서 보태준 돈을 더해 420만원으로 지난달 15일 속초의 한 경로당 어르신 27명과 함께 인천 월미도를 찾았다.

경로당 어르신들과 관광 중인 임기종씨와 아내 최순덕씨가 지난달 15일 인천 차이나타운 인근에서 개항장 지게꾼 조형물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최씨는 “옛날 우리 신랑 같아서 재밌다”며 웃었다.

난생처음 월미바다열차를 탄 어르신들은 "임씨 덕에 멀리까지 와서 신난다" "속초랑 다르게 인천의 항구가 참 크고 멋지다"며 임씨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다리가 불편한 아내 최순덕(62)씨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지역 경로당 어르신들을 모시고 싶은 마음에 사비를 들여 시작한 효도관광은 어느덧 30년을 향하고 있다.

임기종씨가 지난 3일 강원도 양양의 장애인복지시설 정다운마을에서 과자와 음료수 상자를 옮기고 있다. 임씨는 20년 가까이 강원도의 복지시설 4곳에 간식거리 등을 기부해 왔다.

지난 3일에는 20년 넘게 복지시설에 머무는 아들 임상용(39)씨를 약 3년 반 만에 마주했다. 임씨가 "보고 싶었어? 코로나 때문에 그동안 못 와서 미안해"라고 하자 중증 장애로 말을 한마디도 못 하는 아들은 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았다. 20분이 넘도록 대화는 거의 하지 못했지만, 임씨 부부는 그동안 못 본 아들의 얼굴을 눈에 담고 또 담았다.

임기종씨 부부가 지난 3일 강원도 양양 정다운마을에서 중증장애를 가진 아들 임상용씨를 면회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 반 만에 만났다.

다시 지게를 질 수 있어 반갑기는 하지만, 16살부터 시작한 지게꾼 일이 이제는 힘에 부친다. "70살까지 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쉽지 않네요. 몇 개월을 안 하다가 하니 숨이 아주 가빠서 예전만큼 못 들겠다고요"라며 아쉬워했다.

임씨는 오랫동안 함께한 두 개의 지게 중 하나를 지난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임씨는 모든 것이 지게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언젠가 전시되면 어르신들 모시고 가서 저 지게가 내 지게였다고 자랑하고 싶어요."

사진·글=이한결 기자 alwayss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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