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사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대통령께서 하루속히 야당 대표와 먼저 만나 국가위기의 극복 방안을 논의하시는 것이 순리이고,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대표보다 원내지도부를 먼저 만나도 괘념치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지 하루 만에 반대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의 말씀(대통령의 원내대표 회동 제안)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우리 정치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라는 충정에서 하신 말씀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민생회복과 정치복원을 위한 좋은 길을 선택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당대표의 통 큰 결단과 배려에 감사드리지만 저희는 대통령실 제안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 명확했다”며 “바로 이런 입장을 내면 이 대표 결단이 퇴색될 것 같아 조금 기다렸다가 말씀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2일 박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 때 불러준다면 대통령이 참석할 수 있다”며 대통령과 야당 원내지도부 간 회동을 제안했다. 여기에 4일 이 대표의 “괘념치 않는다”는 입장까지 나오면서 윤 대통령과 야당 원내지도부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박 원내대표가 반대입장을 내면서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간 첫 회동은 다시 연기될 수밖에 없게 됐다.
박 원내대표가 반대입장을 낸 데는 당내 역학구도가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 원내대표가 ‘이 대표를 패싱했다’는 비난 여론이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 중심으로 불거질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당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가 박 원내대표와 사전 협의 없이 대통령과 원내지도부 만남을 언급한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지도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대표의 정치적 결단과 책임이 필요한 사안을 원내대표에 떠넘긴 격”이라며 “박 원내대표도 많이 난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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