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의 보상 길을 연 곽귀훈(사진)씨가 지난 31일 경기도 광주의 위더스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2일 전했다. 향년 98세.
1924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난 고인은 44년 9월 전주사범학교 5학년 때 일본 히로시마 서부로 징집됐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45년 8월 6일 투하 지점에서 약 2㎞ 떨어진 공병대에서 근무하다 상반신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귀국 이후 67년 한국원폭피해자협회를 결성해 일본 정부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지만 “65년 한일협정으로 보상은 끝났다”는 대답을 들었다.
전주성심여고, 금산상고 지리 교사와 서울 명성여고 교감, 동대부고 교장을 지낸 그는 89년 정년퇴임 뒤 본격적인 권리 찾기에 들어갔다. 98년 10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원폭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원호 수당을 일본 밖에 거주한다고 해서 못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오사카지법에 소송을 내 승소했다. 이 판결 덕에 일본 밖에 거주하는 원폭 피해자 5000여명이 매년 1인당 400만원가량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한산악연맹의 ‘산악계의 별 50인’에 선정될 정도로 유명한 산악인이었다. 2일 새벽 발인을 거쳐 전북 임실 선영에 안장됐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