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S-300 미사일이 벨라루스 영토에 떨어졌다고 벨라루스 국영 벨타통신 등이 29일 보도했다.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 미사일을 쏜 주체를 둘러싼 파장을 놓고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S-300 미사일이 이날 오전 10~11시쯤 벨라루스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벨타통신은 벨라루스에 떨어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발사된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하던 시간에 벨라루스에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직후 조사위원회와 국방부에 낙하 원인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우리 방공시스템이 이 미사일을 격추시켰는지 아니면 불발됐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S-300 미사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가 사용하는 미사일이다.
이 사건은 러시아 최대 우방국인 벨라루스의 우크라이나전쟁 참전설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벌어져 귀추가 주목된다. 벨라루스에 대한 러시아의 참전 압박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의도적 공격일 경우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3년여 만에 벨라루스를 직접 방문했을 때 벨라루스의 참전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 미사일이 어떤 국가의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고, 오발 가능성도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달 15일에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폴란드의 영토에 우크라이나 S-300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이 숨졌다. 나토는 이 미사일이 러시아 순항미사일을 막기 위해 발사된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인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제2의 도시 하르키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100발이 넘는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 중 하나로 기록됐는데 이번 폭격으로 수도 키이우에서 최소 3명이 다치고, 폴란드 접경지 르비우에선 도시 대부분이 전기가 끊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120발이 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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