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보다 상승 폭이 소폭 줄었지만 월가 전망치(8.0%)를 웃돌았다. 식료품이나 주거비 등 핵심 소비재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긴축 정책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은 13일(현지시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월 CPI 상승률이 8.3%로 지난 7월 8.5%보다 0.2% 포인트 낮아졌다고 밝혔다. CPI는 지난 6월(9.1%) 고점을 기록한 뒤 두 달 연속 상승 폭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물가를 제외한 근원 CPI는 6.3% 증가했다. 지난 7월 5.9%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 주범으로 꼽힌 휘발유 가격 내림세가 석 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필수 소비재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서 이를 상쇄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여전히 주요 품목의 물가 압박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값은 갤런당 3.707달러로 지난 6월 14일 5.016달러 대비 26%(1.3달러) 하락했다. 그러나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주거비 지수는 크게 올랐다. 노동통계국은 주거비가 근원 CPI의 40%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NYT는 “경제를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연준의 금리인상이 물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앞서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조사한 향후 8월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월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향후 1년에 대한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 5.7%로 두 달 연속 하락했고, 3년 기대치도 2.8%로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고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도 시장 기대치를 밑돈다. 블룸버그는 “이 정도 개선으로 연준의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 포인트 금리 인상)을 저지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PI 지수 발표 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는 자이언트 스텝을 뛰어넘는 ‘1% 포인트 상승’ 가능성이 14%로 전망됐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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