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25일 북한이 7차 핵실험 ‘마지막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도발의 최정점으로 여겨지는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한반도가 일촉즉발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북한 핵 도발에 한·미가 맞대응하고 ‘강대강’ 대치가 악순환으로 거듭되면 자칫 국지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용산 청사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과 다른 장소에서 7차 핵실험을 준비하기 위한 핵 기폭장치 작동 시험을 하고 있는 것이 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이어 “하루 이틀 내에 핵실험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지만, 그 이후 시점에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폭장치는 핵폭발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기폭장치 시험은 보통 야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위성 등으로 탐지가 가능하다.
북한은 7차 핵실험에서 전술핵 개발을 위해 핵탄두 소형화와 관련된 실험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핵탄두 소형화를 위해선 기폭장치의 정밀화가 필수적인 사전 절차로 꼽힌다.
김 차장은 “북한 나름대로 원하는 규모와 성능을 평가하는 핵실험을 위해 마지막 준비 단계가 임박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북한이 지난 몇 주간 수차례에 걸쳐 기폭 실험을 지속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핵실험을 하려면 기폭장치 시험 외에도 핵탄두를 갱도에 반입한다든가 방사능 측정을 위한 케이블 연결, 갱도 되메우기 등의 추가 조치가 필수적이다. 정부와 군은 일단 이런 작업도 상당 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예년에 이런(기폭장치) 실험이 진행됐을 때도 바로 핵실험으로 이어지지 않은 전례가 있다”고 보고했다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함께 묶어 실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북한이 신형 ICBM인 ‘화성-17형’의 전력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7차 핵실험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북한은 한·미 공동성명에 담긴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메시지와 한·미 연합훈련 확대를 핵실험의 명분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도발 스케줄에 코로나19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이틀간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상황이 일정부분 통제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코로나 상황과 무관하게 대남·대미 위협을 가할 우려가 여전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 극복과 핵무력 강화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의지를 표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은 전략무기인 ICBM뿐 아니라 전술유도무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여기에 탑재할 소형 핵탄두도 필요하다.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경량화·소형화에 성공하면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도 심각한 핵 위협에 빠질 수 있다.
김영선 이상헌 강보현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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