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공신력 높은 물가 지표는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다. 매달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한 물가 상승률을 발표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지표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장을 본 뒤 가격표를 일일이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면서 연신 “비싸다”고 외치는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도 살인적인 체감물가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박 할머니처럼 9일 온라인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마트 A사를 통해 장보기를 해봤다. 삼겹살 구이와 계란찜, 애호박 된장찌개로 저녁메뉴를 정한 뒤 장바구니에 관련 품목 10개를 담았다. 맞벌이 부부 2인 가족이 한 끼 먹을 양만 샀는데도 4만원에 육박했다. 1인당 한 끼 식사비가 2만원꼴이다. 그나마도 집에 쟁여 둔 쌀이나 고춧가루 등 각종 양념 가격을 뺀 금액이다. 박 할머니가 비싸다고 소리칠 만하다.
가장 저렴한 상품을 골라 담았는데도 가격이 만만찮다. 삼겹살 500g(1만3900원)에 상추 1봉(3290원), 새송이버섯 1봉(1990원)을 담았더니 2만원에 육박했다. 의외로 된장찌개 재료값이 꽤 들어갔다.
주재료인 애호박 1개가 2490원, 감자 3개(4990원)와 깐양파(2990원), 대파(1990원) 등을 곁들이니 1만원을 훌쩍 넘긴다. 계란찜도 염가라 할 수가 없다. 신선특란 10개에 4590원, 당근 300g에 1990원이 든다. 통계청에 따르면 파·양파를 제외한 8개 품목의 가격은 지난달 기준 전년 대비 평균 8.7% 올랐다. 그런데 주부들은 몇 달 새 장바구니물가가 배 가까이 올랐다고 아우성이다.
‘집밥’을 포기하고 외식·배달음식으로 눈길을 돌려도 부담이 만만찮다.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 상승률은 5.5%로 2009년 2월(5.6%) 이후 12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배달료 역시 매달 오르고 있다. 1만~1만5000원 하는 음식을 시키는 데 배달료가 2000~5000원에 달한다.
생활필수품이 돼버린 차량 기름값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휘발유값은 전년 동월 대비 12.8% 상승했다.
주거비마저 임대차 3법 이후 전월세 가격이 무섭게 뛰어오르며 체감물가를 높이고 있다. 2019년 3억9000만원이었던 서울 마포구 도화우성아파트 전용면적 69㎡의 전세가는 지난해 11월 기준 5억원으로 28.2% 올랐다. 같은 평형대 아파트 월세는 2019년만 해도 보증금 5000만원에 50만원 선이었지만 최근에는 8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전월세 상승률 통계(전년 동월 대비 2.9%, 1.1%)와 비교해 체감 수준이 높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의 경우 식료품 등 필수품 가격이 오르다보니 국민들의 체감이 더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신준섭 이종선 심희정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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