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세대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원들을 만나 “아무도 안 가본 미래를 개척하자”고 강조했다. 구글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뉴 삼성’을 향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1~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세트 연구소인 ‘DS미주총괄(DS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찾아 인공지능(AI), 6G 등 차세대 핵심기술 개발을 점검하고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DSA와 SRA는 각각 삼성전자 DS부문과 세트(IM, CE)부문의 선행 연구조직이다. 혁신을 선도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전진기지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DSA와 SRA의 연구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또 이 부회장은 22일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를 방문해 순다르 피차이 CEO 등 경영진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시스템반도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등 차세대 혁신 분야에서 두 회사가 공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오랫동안 협력 관계였던 삼성전자와 구글은 시스템반도체로 협력 분야를 확대했다. 구글이 자체 설계해 ‘픽셀6’에 탑재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구글 텐서’는 삼성전자에서 생산을 맡는다. 향후 AI 반도체 등에서도 협력을 확대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구글 경영진과의 만남을 끝으로 귀국 길에 오른다. 이번 미국 방문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본격화를 선언하는 동시에 ‘뉴 삼성’의 방향성을 대내외에 공식화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미국 정계 주요 인사와 반도체·바이오 협력을 논의했고, 모더나·버라이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미국의 주요 기업 최고경영진을 만나기도 했다. 이들의 미래 사업에 삼성전자의 역할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신성장 사업의 기반을 다지고 다양한 사업파트너들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가동했다. 삼성의 변화와 새로운 도약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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