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하루 만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 사태가 휴전으로 일단락된 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하마스는 모두 승리를 자축하고 나섰다. 수백명의 민간인들이 희생됐지만 국내 정치적 이익을 챙긴 양측 지도부는 오히려 만족감을 표시한 것이다.
휴전 합의 직후 양측은 모두 각자의 승리를 주장했다. AP통신은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중심도시 가자시티에서 하마스 지도자 예히야 신와르가 무력 충돌 사태 이후 처음으로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고 수백명의 전투원들이 거리 행진을 벌이는 등 승리를 자축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끔찍한 패배”를 안겼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역시 이번 전쟁에서 ‘특출한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국민들이 (이스라엘이 얻은 이익에 대해) 다 알지는 못한다”면서 “우리는 작전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신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들은 모두 이번 무력 충돌을 통해 각자의 국내 정치에서 막대한 정치적 이득을 챙긴 것으로 분석된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여론을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충돌 이전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의 봉쇄가 강화되면서 경제난이 심해졌고 전투로 인한 민간인의 희생이 이어져 하마스에 대한 지지가 점차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번 사태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수호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AP에 따르면 휴전 직후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 경내에 모인 수천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팔레스타인 당국의 개들은 나가라. 대통령이 떠나길 바란다”는 반대 구호를 외치며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온건파인 파타 정당이 집권 중인 자치정부를 비난했다. 파타가 이번 사태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자 강경파인 하마스가 반사 이익을 얻은 모양새다.
실각 위기에 처했던 네타냐후 총리 역시 이번 사태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연정 구성 권한을 야당에 넘겨 주며 시한부 총리직을 맡고 있었지만 이번 사태로 극우정당 야미나가 아랍계 정당이 참여하고 있는 반네타냐후 진영과 연정을 포기했다. 연정 구성 기한은 내달 2일로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야미나가 다시 연정에 동참할 가능성은 적다. 만약 이대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네타냐후 총리는 15년간 이어온 총리직을 연장할 길이 생기게 된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지면서 보수층이 결집했다는 것도 그에게 긍정적인 요소다.
결국 승리뿐인 전쟁에서 유일한 피해자는 민간인들이 됐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어린이 66명 포함 24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가자지구 내 최소 258개의 건물이 완파됐으며 의료시설, 상하수도, 전력 등 기반 시설들이 무너진 상태다. 이스라엘에서도 1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특히 이스라엘 전역에선 상대 종교에 대한 혐오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무력 시위가 발생하는 등 내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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