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를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하는 ‘중국판 n번방’ 사건이 터져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일부 사이트는 회원 수가 860만명에 이르고,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서버가 해외에 있어 관리자를 찾아 처벌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신경보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신경보와 네티즌의 제보를 받아 대표적 성착취 사이트인 야마오논단, 뤄리왕, 여우~러위안, 츠위안궁관, 아이여우쥐러부 등을 적발해 폐쇄 조치했다.
이들 사이트의 첫 화면은 미성년자의 신체 노출 사진으로 가득 차 있고, 몇십 위안만 내면 아동포르노를 대량 내려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보는 이번 사건이 한국에서 논란이 된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인 ‘n번방’ 사건과 흡사해 ‘중국판 n번방’ 사건이라고 지칭했다.
야마오논단의 경우 회원 수가 86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츠위안궁관은 등록 회원 수가 256만명이며, 3~4분마다 유료 회원이 1명씩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경보 기자가 한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보니 첫 화면에 미성년자의 나체 사진이 가득했고, 사진 아래에 ‘4세 여자아이’ ‘큰 눈이 예쁜 로리’ ‘중고등학생’ 등 사용자를 유인하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 사이트는 사용자 이름과 비밀번호, 메일주소 등을 입력해 돈을 내고 회원 가입을 한 뒤 영상을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또 여러 화면을 클릭한 뒤 실제 포르노사이트가 나와 일반인은 찾기 쉽지 않도록 숨겨져 있고, 실시간 접속자 수는 1000명에서 1400명가량이었다고 신경보는 전했다.
이들 사이트는 주간, 연간, 종신 회원 등 여러 유형이 있으며, 비용은 회원 자격에 따라 30위안에서 3000위안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회원들은 해당 사이트 운영자의 이름이나 계좌정보를 알 수 없고, QR코드 등 제3의 플랫폼을 통해 돈을 지불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돈을 충전해 회원이 되는 방식 외에도 포르노사이트 주소를 25명 이상과 공유하면 영구회원 자격을 받아 영상을 무제한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다단계판매 방식을 동원하기도 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한국의 n번방 사건처럼 위협을 받아 탈의하는 등 촬영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중국에서 아동권리 보호에 힘써온 네티즌 황모씨는 “사이트에는 아이가 협박을 당하는 상황에서 영상을 촬영하기도 하고, 셀카를 찍기도 하는 장면 등이 나온다”며 “특히 한 영상에서는 여러 명이 여자아이의 옷을 강제로 벗기는 장면도 있었다”고 분노했다.
하지만 이들 사이트는 서버가 중국 밖에 있어 신고로 폐쇄되면 인터넷 주소를 바꾸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해가고 있다. 야마오논단의 경우 2012년에 네티즌 신고로 사이트가 폐쇄됐지만 곧바로 새로운 주소로 사이트가 나타났고 심지어 여러 개의 주소가 동시에 개설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11월 등록된 야마오논단과 지난 3월 등록된 츠위안궁관의 IP주소가 한국의 서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확인된 바 없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