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년 만에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하게 됐다. 20세기 이후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이 취소된 건 전쟁 말고는 없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대하면서 전쟁보다 더한 공포가 몰아치고 있다. 전례 없는 상황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결국 올림픽 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일단 모두 안도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게 상수(常數)였던 올림픽이 변수로 바뀌면서 전 세계 체육계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올림픽을 지운 1, 2차 세계대전
20세기 이후 하계 올림픽이 취소된 건 모두 세 차례였다. 역시 전쟁으로 인해 두 차례 취소됐던 동계올림픽까지 포함하면 올림픽은 총 다섯 차례 취소됐다. 모두 전쟁이 원인이었다. 1916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하계올림픽은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취소됐다.
일본은 1940년 도쿄에서 올림픽을 개최키로 했다가 중일전쟁 때문에 핀란드가 새 개최지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2차 세계대전으로 취소되며 1940년 올림픽 역시 역사에서 삭제됐다. 2차대전 막바지였던 1944년 영국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던 올림픽 역시 개최되지 못했다. 영국은 2차대전이 끝난 1948년 런던에서 올림픽을 열었다.
일본은 1940년 삿포로에서 동계올림픽도 개최하려 했으나 전쟁 때문에 취소됐다. 동·하계 올림픽을 같은 해에 개최하려던 야심 찬 목표가 전쟁 때문에 물거품된 것이다. 1944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예정됐던 동계올림픽 역시 2차대전으로 무산됐다.
1960년대 이후 전 세계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냉전체제로 대립하면서 올림픽도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미국 우방이 올림픽을 개최하면 소련 우방들이 참가를 보이콧해 반쪽짜리 올림픽이 열린 적은 있지만 이후 올림픽 자체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적은 없었다.
전염병 팬데믹은 처음
IOC는 올림픽 직전에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전염병을 경험한 적이 없다. 올림픽 규모가 커지면서 선수와 관계자들의 보건 문제에 관심을 가졌지만 대회 개최에 영향을 끼칠 만한 것은 없었다.
1896년 1회 아테네올림픽은 14개국에서 241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가장 최근인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은 207개국에서 1만1238명의 선수가 경쟁을 벌였다. 전 세계에서 선수뿐만 아니라 미디어 등 수많은 인파가 한곳에 모이는 만큼 보건과 건강 문제는 늘 핵심 관심사였다.
전염병에 대한 우려도 도쿄올림픽을 앞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는 ‘지카바이러스’ 때문에 대회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지카바이러스는 모기에 의해 전염되며 소두증 등의 원인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리우올림픽 기간이 남반구의 겨울에 해당해 지카바이러스 확산이 더딜 것이라고 했고, 결국 대회는 정상 개최됐다. 당시 많은 참가국은 지카바이러스 우려로 막판까지 참가를 고심했었다.
전염병이 올림픽에 영향을 준 경우는 1956년 멜버른-스톡홀름올림픽이 있다. 당시 영국 등 유럽에서 구제역이 유행하면서 호주가 동물 검역을 강화했고, 말이 제때 들어올 수 없게 됐다. 결국 승마 예선만 따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고, IOC는 당시 공동개최를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대회 공식 명칭을 멜버른-스톡홀름올림픽으로 명명하고 있다.
연기에 따른 손해 감당 가능할까
IOC와 일본이 도쿄올림픽 연기를 결정했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일본으로선 올림픽에 투자한 금액 회수가 더뎌지면서 고스란히 부담을 안게 됐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도쿄올림픽에 1조600억엔(약 12조원)을 투자했다. 도쿄도와 조직위까지 포함하면 3조엔에 달한다.
특히 이미 분양을 마친 선수촌아파트는 입주 시기까지 결정돼 있어서 올림픽이 연기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수 있다. 이미 판매된 올림픽·패럴림픽 입장권 환불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이미 판매된 티켓이 900억엔(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경제학을 전문으로 하는 미야모토 가쓰히로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하면 경제 손실이 64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NHK가 최근 보도했다.
올림픽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이벤트 일정 조정도 불가피해졌다. 당장 내년에 예정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도쿄올림픽이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림픽 출전권을 두고 ‘형평성’ 시비가 불거질 수도 있다. IOC에 따르면 현재 본선 진출이 결정된 경우는 전체의 57%다. 이들의 출전을 인정하고 나머지만 예선을 할지, 원점에서 모든 예선을 할지도 복잡한 문제다.
단일 종목으로는 가장 인기 있는 축구 경기가 내년에 집중된 것도 도쿄올림픽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미 1년 연기가 결정된 유로2020과 ‘남미의 월드컵’ 코파아메리카가 모두 2021년에 열릴 예정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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