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무한책임’인데… 금융기관에 떠넘기는 한국

Է:2020-03-25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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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무제한 양적완화 도입… 韓銀은 회사채 매입 회피 일관


한국과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내놨던 부양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기세가 심각함을 반영한다. 하지만 양국 정책은 무늬와 결이 달라 보인다. 한쪽은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반면 다른 한쪽은 생색내기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업들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23일(현지시간) ‘무제한 양적완화’까지 발표했다. 회사채 발행 및 매입 지원은 물론 학자금·자동차·신용카드 대출까지 ABS(자산유동화증권)로 묶어 매입해주는 기구도 신설키로 했다.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로서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같은 날 참고자료를 내고 중앙은행 발권력으로 회사채 등을 매입해 시장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를 일축했다. 한은법 68조를 들어 “유통성과 안전성 요건을 충족하기에 미흡한 회사채 및 CP(기업어음)를 공개시장 매매대상 증권으로 지정하는 것은 한은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 부담이 되는 손실 위험을 떠안아서는 안 되며 정부 보증 없이 시행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소극적인 태도는 미 연준이 연준법 13조에 재무장관의 승인이 필요한 단서조항이 있음에도 신규 회사채 발행 및 대출지원을 위한 기구를 설치키로 한 것과 차이가 있다. 대신 한은은 정부가 24일 발표한 100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가운데 CP 등 단기자금안정을 위한 5조원가량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에 그쳤다. 중앙은행이 단순 국책은행 수준으로 머무른 것이다.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가운데 각각 20조원, 10조원 규모로 조성키로 한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시안정기금은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금융기관에 지우는 구시대적 도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연준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실시하며 기업 대출 걸림돌이 되는 손실흡수능력비율(TLAC)을 완화해 은행들이 대출 시 자본금을 추가로 쌓지 않도록 배려한 것과도 비교된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선진국에 비해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채권안정기금을 떠안은 형국이다. 3대 금융지주의 대출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 수준은 미국 상업은행의 절반인 0.5%에 불과하다.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가계부채 위험이 급증함에도 정부, 은행 모두 구조조정을 미룬 결과 충당금 적립률과 자본비율은 2년 전에 비해 각각 0.11% 포인트, 1.2% 포인트 하락했다. 손해율 증가에다 최근 0%대 기준금리 인하로 대규모 영업손실이 불가피한 보험사들도 이중 부담을 안게 됐다.

키움증권은 보고서에서 “정부가 할 일은 금융회사의 자금 중개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정책기조 전환 없이 희생만 강요하면 머지않아 은행이 정부의 조력자가 되기보다는 위기의 주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증권시장안정펀드도 추락하는 주식시장을 잠시 안정시키는 링거에 불과해 증권·자산운용사에 부담만 지울 뿐이라는 지적이다. 예전의 시스템 혹은 금융시장 유동성 문제와 달리 지금은 코로나19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동시에 충격을 주는 악순환 속에서 이 펀드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국인투자자들로부터 인위적 주가 조작 수단이라는 비난을 자초할 가능성이 높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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