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건은 매번 소독하기 힘들다면서 1장씩 주고 각자 빨아서 쓰라고 합니다. 먼지 쌓인 카펫 청소도 해주지 않아 아이들이 알레르기성 비염과 천식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대구·경북 주민등록번호라는 이유로 강제 격리된 교민들은 지역 차별도 서러운데 격리 호텔의 식사, 위생, 처우 등이 너무 열악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달 28일 아시아나항공 편으로 입국한 한국인 승객 195명 가운데 24명이 주민등록번호 소재지가 대구·경북이거나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호텔에 강제 격리됐다. 이들 가운데 16명이 청소년(3세, 7세 포함)이다.
광둥성 정부가 3월 1일 이전 입국한 무증상자는 자가 격리로 전환한다고 3일 발표했지만, 대구·경북 출신들만 또 제외됐다고 한다. 4~5일 위챗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호텔에 격리된 교민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들이 처음 격리된 호텔은 객실 구석이나 책상 옆에 먼지가 쌓여 있고, 세면대 아래 배관에서 물이 새는 곳도 있었다. 영상 30도에 에어컨도 없고, 소형 선풍기만 있어 아이들이 거의 탈진 상태였다. 호텔 변경은 지난 2일 밤중에 이뤄졌다. 오후 3시반쯤 호텔을 옮긴다더니 버스는 밤 10시 넘어서야 출발했다. 다른 호텔에 도착하자 중국 측이 “격리 기간을 4일부터 계산해 14일을 다시 산정하겠다”고 해 실랑이를 벌였고, 새벽 2시를 넘겨 입실이 마무리됐다. 한 교민은 당시 “온몸이 아프고, 심장이 떨리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얘기했다.
격리된 객실에서는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CCTV로 감시하고 있어 복도에서 걸리면 그날부터 다시 14일 격리를 시작해야 한다. 침구 교체는 물론 객실 바닥의 카펫 청소도 해주지 않아 테이프 클리너(찍찍이)로 머리카락이나 부스러기만 제거하는 실정이다.
수건은 새것으로 교체해주지 않아 손으로 빨아서 재사용하고 있다. 현지 한인회가 호텔 측에 시정을 요구했으나 답이 없자 다른 용도로 갖고 있던 수건을 급히 제공하기도 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식사도 간단한 중국식이다. 격리된 교민들은 입맛에 맞지 않아 배달한 반찬이나 모 기업체에서 하루 1개 제공하는 도시락을 먹고 있다. 호텔 인터넷 속도도 너무 느린 데다 자꾸 끊겨 자녀들의 온라인 수업이나 과제 제출에도 애를 먹고 있다.
이들은 제대로 도움을 주지 않는 한국 정부에도 분노를 쏟아냈다. 교민 B씨는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한 적도 없는데 현지 주민번호라는 이유로 격리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면서 “백방으로 뛰고 있는 한인회 외에는 우리를 도와주는 곳이 없다. 우리 정부는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선전뿐 아니라 광저우와 둥관 등 광둥성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한다. 둥관의 호텔에 격리된 한 교민은 한인 위챗방에 글을 올려 “창문도 활짝 안 열리는데, 모기 때문에 제대로 열지 못해 밀폐된 공간에서 덥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선풍기 바람에 카펫에서 날리는 먼지로 아이들이 비염과 재채기, 두통, 코막힘을 호소한다”고 토로했다.
김창남 광저우 부총영사는 “광저우도 입국자들을 거주지에 따라 여러 호텔로 분산시켜 격리하고 있다”며 “격리된 숙소가 3성급 호텔 수준이고 지역마다 달라 교민들이 열악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5일 현재 광저우 450명, 선전 88명을 포함해 중국 전체에 자택 밖 지정 격리된 한국인은 1691명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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