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 오스카 고스 투 패러사이트(The Oscar goes to Parasite)!”
무려 네 차례나 호명됐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객석에서는 한참동안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모두가 그 상의 주인을 인정하고, 축하한다는 의미였다. 마틴 스콜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등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감독들도 흐뭇한 표정으로 축하를 보냈다.
이윽고 아카데미(오스카)의 벽이 무너졌다. 봉준호(51)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101년 역사상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각본상을 비롯해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감독상까지 올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인 4관왕을 거머쥐었다.
자국 위주의 보수적인 아카데미 성향을 고려했을 때 다소 파격적인 결과다. 영어로 만들어지지 않은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건 사상 처음이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차지한 영화는 미국 델버트 맨 감독의 로맨스 영화 ‘마티’ 이후 두 번째로, 64년 만이다. 아시아인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것도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두 번째다.
봉 감독은 무대에 오를 때마다 인상적인 소감을 남겼다. 감독상을 받고서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스콜세이지의 말을 영화 공부할 때 늘 가슴에 새겼다. 그와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상까지 받게 돼 기쁘다”며 공을 돌렸다. 객석에 자리한 스콜세이지는 웃으며 엄지를 들어올렸다.
국제영화상 수상 소감에서는 “올해부터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그 첫 번째 상을 받게 돼 기쁘다.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작업한 멋진 배우와 스태프들을 소개한다”면서 동석한 배우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객석을 향해 인사했다.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역대 각본상을 받은 외국어 영화는 1946년 스위스의 ‘마리 루이스’가 있었지만 아시아 영화로는 최초다. 봉 감독은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쓴 건 아니지만 이 상은 한국에 특별한 일”이라며 감격해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보낸 축하 메시지에서 “오스카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님과 배우, 스태프 여러분이 자랑스럽다.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있는 국민들께 자부심과 용기를 주어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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