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가 ‘감염병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가 아니라도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지난해 4분기 기저효과에다 연초의 낮은 ‘재정효과’ 등을 감안하면 성장률이 꺾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나마 민간 부문에 활기가 돌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수 있다고 기대됐지만, 신종 코로나라는 변수를 만났다.
이에 2년 연속 ‘1분기 역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다 신종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대응할 카드로 거론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바라보는 시선도 어둡다. 예년에 비해 ‘실탄’이 넉넉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가까스로 연간 2.0% 성장률을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2% 성장한 게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올해 초가 걱정이다. 4분기 성장률이 높으면 그걸 기준으로 증가율이 나오는 1분기 성장률은 기저효과를 감수해야 한다.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생긴다. 더욱이 1분기는 정부 예산이 막 풀리기 시작하는 때라 재정지출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나랏돈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이 -0.4%(전분기 대비)를 찍으며 역성장한 것도 이런 이유를 안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까지 경기가 살아나면서 2년 연속 ‘1분기 역성장’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민간의 성장기여도가 높아져 기저효과, 재정기여도 감소를 보완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막판에 경기는 다소 풀렸다. 지난해 12월 생산, 소비, 투자지표는 동반 상승했다. 정부도 1분기 역성장을 막기 위해 연초 재정 집행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라는 암초가 등장했다.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범위가 넓어지면 당장 1분기 성장률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의 확산도 걱정거리다. 1분기 성장률이 ‘0%대’ 또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4일 “신종 코로나가 없어도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1.2%로 높아서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어려운 상태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까지 발생하면서 ‘제로 성장’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올해 1분기에 민간 경기가 풀리면서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낮아지는 것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마이너스 성장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신종 코로나가 발생해 예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급부상할 경기 대응카드인 추경이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는 아직까지 추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올해 512조원이라는 슈퍼예산을 편성해서다. 아직 2월이라 추가 예산을 짜기 이르다. 예년에 비해 가용할 ‘실탄’도 넉넉하지 않다. 지난해 세수는 전망치 대비 실적 오차율이 0.5%를 기록하면서 초과 세수가 없다. 남은 세금이 없으면 ‘빚’을 내야 하는데, 정부는 이미 512조원의 예산을 짜면서 적자국채를 60조2000억원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국가채무비율이 40% 아래라서 아직 빚을 더 낼 여력은 있지만, 국채 발행 물량이 증가하면 시중 금리 상승 등에 영향을 준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세종=전슬기 이종선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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