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심→2심→1심→2심→3심→2심→3심→2심.’ 월드시티 대표 이모씨는 2014년 월드시티 지분을 모두 확보해야 캄코시티 정상화가 가능하다며 지분반환소송을 제기했다. 8번째 재판인 지난해 7월 항소심에서 한국의 예금보험공사가 패한 뒤 대법원에 다시 올라가 있지만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다. 하급심이 상급심 판단을 인정하지 않는 캄보디아의 독특한 재판 관행 때문이다. 여기에다 캄보디아 국민은 일자리를 만드는 투자자로 통하는 이씨에 호의적이다. 캄보디아 언론들은 예보가 자산만 팔아치우고 떠날 것으로 우려한다.
이처럼 예보와 이씨가 지루한 법정 대결을 벌이는 상황에서 캄보디아 재계 5위 로열그룹 끗맹 회장이 등장했다. 월드시티 채권 인수 의향서를 들고 나타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는 법적 문제까지 모두 책임지겠다고 의향서에 명시했다. 그 뒤에는 훈센 총리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끗맹 회장은 훈센 총리의 측근으로 통한다. 해외 순방에 일일이 따라다닐 정도이고, 여러 국책사업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끗맹 회장을 내세워 캄코시티 사업을 정상화하려는 총리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 소식통은 “캄코시티 채권 인수의향은 끗맹 회장 단독 의견이 아님을 인지해야 이번 사안을 이해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예보 측은 인수 제안을 받고 2018년 12월 19일 끗맹 회장 부부를 한국에 초청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위성백 예보 사장은 답변서한을 전달하고 기념촬영도 했다. 서한은 롱 드망쉐 주한 캄보디아대사의 공증 사인이 기재돼 있어 합의서 성격을 띠고 있다. 위 사장은 지난해 3월 한·캄보디아 정상회담 직전 프놈펜을 방문해 관련 장관들을 면담하는 등 활발히 움직였다. 월드시티 대표 이씨와의 법정 소송에 참석해 의견을 표시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부산이 지역구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지원사격을 했다.
그러나 훈센 총리는 예보 측의 접견 요구를 번번이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총리가 전면에 나서면 정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정치권은 캄코시티 사업 재개를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낸다.
지난해 11월 말 부산에서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훈센 총리가 장모의 위독을 이유로 불참한 것도 열흘 전 한국 정부대표단의 캄보디아 방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예보와 금융위원회 등은 정상회담에서 소송문제가 의제로 포함되기를 기대했다고 한다. 다만 지난해 11월 이씨를 한국으로 송환한 걸 두고 일거에 문제가 해결된 듯한 행보를 보이면서 ‘역풍’의 빌미를 준 측면이 강하다. 현지에선 개별기업 문제에 정부 차원 개입을 계속 고집하는 건 캄보디아 정부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훈센 총리 면담 불발 이후 예보와 끗맹 회장 측 관계가 틀어졌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끗맹 회장 측은 자산 인수를 위한 구체적 실사에는 관심이 없다. 자금 조달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양측 접촉이 끊어진 것은 훈센 총리와의 면담 성사와는 관련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끗맹 회장 측은 실질적 협력이 이뤄지면 송사에도 최대한 협조할 뜻이 있고, 훈센 총리의 의전방문도 가능하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등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채권 회수에 그치느냐, 사업 정상화냐를 놓고 이견이 좁혀져야 실타래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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