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찾아헤맨 장기실종아동 가족들, DNA 고리로 만난다

Է:2020-01-11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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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DB 구축하는 ‘325캄라’

해외 입양인들이 비영리단체 325캄라가 무료로 제공한 DNA 키트를 든 채 밝게 웃고 있다. 325캄라는 2015년 DNA 검사로 해외 입양 아동과 한국에 있는 가족의 재회를 돕기 위해 설립됐다. 325캄라 제공

수십년간 헤어져 있던 실종아동 가족들의 상봉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이들 가족의 재회를 돕고 있는 단체는 ‘325KAMRA(325캄라)’다. 4년여 전 한국계 혼혈 입양인들이 모여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DNA 검사를 통해 유전자 일치도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친가족을 찾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단체가 구축한 DNA 데이터베이스에는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의 정보가 쌓이고 있다. 이유도 모른 채 생이별을 했던 가족들이 다시 만날 확률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325캄라는 2015년 9월 만들어졌다. 단체의 설립 목표는 분명했다. 한국인의 DNA 정보를 수집하고 그 자료를 통해 입양아동들의 가족 찾기를 돕기 위해서였다. 단체 설립에 참여한 이들 대다수가 공감하는 사실이 있었다. 자신 또는 주변의 경험에 비춰보면 친가족을 찾는 일이 굉장히 힘들다는 것이었다.

조현아 325캄라 한국팀 매니저는 지난 7일 “미국에서 고교 재학 시절 만난 한인 입양인 친구는 입양서류에 이름을 비롯해 제대로 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며 “입양아동들은 친가족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을 걷고 있다”고 토로했다.

325캄라는 2017년 11월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해외 입양인들 사이에선 이 단체가 잘 알려져 있었지만 한국에 있는 부모들은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실종·입양아동의 DNA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도 부모의 DNA 정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었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유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확장시키고, 더 많은 DNA 샘플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실종 후 해외로 입양됐던 딸 신경하씨와 어머니 한태순씨가 지난해 10월 DNA 검사를 통해 44년 만에 재회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게시물. 325캄라 제공

325캄라에 따르면 단체 설립 후 현재까지 100명 이상의 입양인이 친가족과 재회했다. 325캄라를 통해 혈육 관계를 확인한 입양인은 2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딸 라우리 벤더(한국명 신경하·50)씨와 44년 만에 재회한 어머니 한태순(68)씨도 325캄라의 DNA 검사를 통해 잃어버렸던 딸을 찾았다.

325캄라가 통합 구축한 DNA 데이터베이스에는 전 세계 한인 입양인의 유전자 정보가 5000건 이상 등록돼 있다. 한국에서 장기실종 또는 입양아동을 찾기 위해 등록한 사람 수도 400건 정도 된다.

DNA 검사는 흩어진 가족을 다시 이어줄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대개 해외입양 시 서류에 기입된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누락돼 친가족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른다. 수십년간 갖은 노력을 하고도 성과가 없었던 이들은 DNA 검사에 마지막 남은 기대를 걸고 있다.

325캄라 관계자가 한 해외 입양인의 구강상피세포에서 DNA를 채취하고 있다. 325캄라 제공

DNA 검사를 통한 혈육관계는 어떤 과정을 거쳐 확인하는 걸까. 조 매니저는 “염색체를 이용한 유전자 검사가 이뤄진다”며 “의료용 면봉을 통해 구강상피세포에 묻은 DNA를 채취한 뒤 미국의 DNA 검사기관 FTDNA(Family Tree DNA)에 보내 분석을 의뢰한다”고 설명했다. FTDNA는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모든 유전자를 비교·분석한다. DNA 검사 결과를 통해 데이터베이스에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대부분 X염색체의 비교를 통해 혈육관계가 맞는지 가려낸다.

DNA 분석이 끝나면 유전적으로 가까운 정도가 수치로 환산된다. 이 수치는 유전적으로 가까운 관계일수록 높아지고, 먼 관계일수록 줄거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데이터베이스에 유전적으로 가까운 대상이 확인되면 입양아동과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한다.

DNA 검사는 부모와 자녀 등 직계가족뿐 아니라 친척을 통해서도 혈육관계를 가려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DNA 일치도에 따라 이모나 사촌, 증손자 등의 친척 관계까지 확인할 수 있다. 대신 자신과 가계도상에서 멀어질수록 환산된 수치는 줄어든다.

325캄라는 수년째 무료로 헤어져 있는 가족들을 돕고 있다. 하지만 개당 15만원에 달하는 DNA 키트를 확보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혼혈 입양인이자 의료기기업체 대표인 토머스 클리먼트씨의 DNA 키트 기부를 비롯해 전 세계 다수로부터 개별적 후원을 받고 있으나, 키트 확보를 위한 모금활동 성과는 저조해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실종자의 가족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동대문구의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에 모여 심리치료를 받는 모습. 경찰청 제공

325캄라는 지난해 10월부터 경찰청과 국내 장기실종자 가족의 DNA를 해외입양인들과 대조하는 협업을 시작했다. 경찰청이 DNA 검사 대상을 홍보·모집하고, 325캄라는 가족들의 DNA 검사 진행과 결과 회신을 맡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치안센터에 설치된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는 325캄라의 임시 사무실도 마련됐다.

경찰청과의 협업 성과도 있었다. 325캄라는 지난해 11월 이후 총 110건의 DNA 검사를 진행했다. 경찰청과의 협약 이후 DNA 데이터베이스에 100건 이상의 유전자 정보를 추가 등록했다.

조 매니저는 “가족과의 재회를 원하는 장기실종자들이 늘고 있다”며 “실종아동이 해외입양인으로 살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실종 가족들의 DNA 검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NA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구축하다 보니 보안·관리도 중요하다. 325캄라는 데이터 보호를 위한 보안 시스템을 상시 가동하고 있다. 유전적으로 일치하는 가족들에게도 서로의 성명, 유전적으로 가까운 정도, 이메일 주소 등 기본정보만 제공한다.

325캄라는 해외 입양인들의 사례가 다양하기에 더 많은 한국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당부도 전했다. 325캄라 관계자는 “장기실종뿐만 아니라 미혼모나 일반 가정에서의 결정, 극악의 경우 유괴 등으로 해외로 입양된 사례도 있다”며 “입양아동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관심을 가져준다면 더 많은 이들이 가족과 재회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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