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를 아시는지. 1957년 11월 옛 소련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최초로 우주에 간 개 이름이다. 작고 비좁은 우주선에 실린 라이카는 냉전 시기 미국보다 앞선 소련의 과학기술을 상징하며 영웅화됐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송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비디오 아티스트 김세진(48·사진) 작가 개인전에는 우주복을 입은 라이카 영상이 강렬한 인상을 던지며 관객을 맞는다. 인류는 지상관제탑에 실시간 송신되는 라이카의 맥박, 호흡, 체온을 통해 우주에서 생물의 생체 변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라이카는 궤도에 오른 지 5~7시간 만에 가속도와 고열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탄로 나며 동물학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라이카의 영상은 ‘태양 아래 걷다’라는 제목으로 ‘이주의 사회학’에 대해 발언하는 이번 전시를 들여다보는 길잡이다.
작가는 미국 이민사를 소재로 한 전작 ‘열망으로의 접근’(2016)에서 보듯이 사회적 약자로서의 이민자들이 느끼는 고독감, 상실감 등을 주로 영상작업을 통해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런 관심사를 전 지구적으로, 우주로 확장시킨다.
작가는 인류의 이주와 탐험의 역사, 그 이면의 그늘을 추적하며 지난해 북극 지방을 찾아 4개월간 머물렀고, 세종기지가 있는 남극까지 찾아갔다. 그 과정에서 채집된 이야기와 기록으로 구성된 네 편의 신작이 이번에 나왔다.
스웨덴 북부 및 노르웨이와 핀란드 국경에 근접해 있는 라플란드 지역을 배경으로 한 단채널 영상 ‘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한 북쪽’은 토착 원주민 사미족의 해체되는 삶을 보여준다. 지역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스웨덴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조상 대대로 살아온 전통 가옥이 방화에 의해 불타고 결국 제 땅에서 추방된 사미족 여인의 고발적 육성은 담담해서 더 아프다.
‘2048’은 남극조약의 시효가 만료되는 시점을 주제로 내세워 남극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가면 뒤에서 이 주인 없는 땅에 대한 영토분쟁이 현재진행형임을 지적한다. 4층 전체에 3개의 대형 채널을 설치해 담은 영상은 남극의 아름다움을 스펙터클하게 보여준다. 전시는 30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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