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철도노조의 72시간 파업에 대비해 버스를 대체 교통수단으로, 코레일 직원 등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하는 비상수송대책을 세웠다. 이번 파업의 경우 필수인력을 최대한 동원하더라도 2016년 파업 때보다 열차운행률이 낮을 것으로 추산된다. 주52시간제 시행, 인력 부족 등으로 대체 인력 투입이 원활하지 않다. 국민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철도노조는 인력 충원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7일 국방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철도노조 파업에 대비해 비상수송대책을 수립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임금 정상화,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11일부터 72시간 동안 경고 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국토부는 코레일 직원, 군 인력 등 동원 가능한 대체 인력을 국민 체감도가 높은 출퇴근 광역전철, KTX에 우선 투입할 방침이다. 열차운행 횟수를 최대한 확보해 운행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방자치단체, 버스업계 등과 협력해 고속·시외버스 등 대체 교통수단을 가동한다. 버스업계에서는 고속버스 탑승률이 약 56%라 하루 평균 여유 좌석이 약 9만3000석 있다고 본다. 시외버스는 63만석의 여유분이 있다. 여유 좌석이 다 차면 예비버스 125대, 전세버스 300대를 추가로 배차해 초과수요를 해소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광역전철 운행률이 평시의 88.1% 수준까지 떨어진다고 예측한다. 고속열차의 경우 KTX 운행률은 평시 대비 72.4%로 낮아진다. SRT의 경우 파업을 하지 않아 전체 운행률은 평시 대비 81.1% 수준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일반 열차다. 정부는 새마을·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를 필수유지운행률(60%)에 맞춰 운행할 예정이다. 열차가 줄어 격오지 등을 오가는 시민들 불편이 불가피하다. 화물열차는 ‘필수유지업무’(쟁의행위에 참여하지 않고 일정한 인원을 유지해야 하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대체 인력만으로 운영해야 돼 상황이 심각하다. 코레일에서 대체 기관사 358명을 동원하지만, 운행률이 평시 대비 36.8%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나마도 화물열차는 수출입·산업 필수품 등 긴급화물 위주로 운행된다. 수송률 저하로 이달 수출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열차운행률은 2016년 파업과 비교해 유독 낮다. 그 배경에는 ‘주52시간제’가 있다.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추가 근로를 12시간까지만 할 수 있게 돼 인력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길이 막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시적으로 초과근로 시간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예외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규정에 막혔다”고 설명했다.
인력 부족도 원인으로 꼽힌다. 새 노선이 개통됐지만 인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대체 인력이 부족해졌다. 퇴직자가 발생하면서 지원 인력도 감소했다. 2016년 파업 당시에는 SR 기관사에 지원한 50명, 강릉선 개통 준비 인력을 활용해 고속철도 운행률을 100%로 유지할 수 있었다.
철도노조의 요구에도 이런 문제가 반영됐다. 철도노조는 연차휴가 수당 지급, 4조2교대 전환에 따른 인력 확보, 코레일 자회사 노동자 직접고용 등을 주장한다.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정부가 KTX와 SRT 통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코레일은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파업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기본입장 외에 현재로선 별도 대응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세종=전성필 기자, 정건희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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