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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의 ‘박근혜 사면’ 논쟁 부적절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지 3일이 됐다. 오는 19일 구속기간이 만료되지만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19대 대통령 선거 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17일 전에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재판이 진행된다. 보통 형사소송에서 피의자 또는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려면 1년 이상이 걸린다. 그런데 기소도 되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을 놓고 정치권에서 벌써부터 사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31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관한 질문을 받고 “국민 요구가 있으면 (사면심사) 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이라고 한 발언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적폐세력을 향한 구애’라고 공격했고, 안 전 대표가 비리 정치인과 경제인 사면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하자, 문 전 대표가 나서서 “구속되자마자 이런 말이 나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안 전 대표 발언은) 국민들을 개, 돼지로 보는 발상과 뭐가 다르냐”고 가세했으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좌파와 얼치기 좌파 세력들이 우파들의 동정표를 노린 것”이라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가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것은 법적 여건과 시기, 그 의도에서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형의 선고를 받은 이들에 대해 법무부 장관의 상신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시행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대상이 되려면 최소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오고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돼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다 아는 후보들이 다음달 9일 대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유권자들과 동정하는 유권자들의 표를 각기 의식한 정치적 수사로 비치기 때문이다. ‘박근혜 특별사면’은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가 명확하게 밝혀진 뒤에 차기 대통령이 정치적, 사회적 환경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다. 지금 얘기하는 것은 일러도 너무 이르다. 정치권은 국민을 통합하기는커녕 더 분열시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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