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가격정찰제, 스르르∼ 녹아버렸네

아이스크림 가격이 판매처에 따라 할인율이 달라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마트에서는 아이스크림을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통’ 아이스크림도 정가인 6500원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3000원 선이었으며 일부 아이스크림은 표기가격인 2000원보다 80% 가까이 할인된 500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해당 점주는 “일회성행사가 아니라 꾸준히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도보로 5분 이내에 위치한 다른 ‘슈퍼’에서는 같은 아이스크림이 각각 6000원과 1000원으로 두 배 이상 비쌌다.

그간 아이스크림은 기형적인 유통구조로 제조업체들이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일반적인 제품은 제조업체에서 슈퍼로 납품되면서 유통마진이 추가되지만 아이스크림은 반대로 최종 판매가에서 역순으로 출고가가 결정돼왔다. 과거 50∼80% 할인율이 적용돼 200원에 판매되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맞추기 위해 제조업체에서는 출고가를 낮춰 납품하기도 했다.

전체 판매처의 70%에 달하는 동네슈퍼는 물론 일선 슈퍼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중간유통상인 역시 재차 할인율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들은 기형적인 유통마진으로 인한 적자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제품에 가격을 표시하는 가격정찰제를 시행했다.

관련업계에서는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이유를 크게 납품가의 차이와 턴키, 미끼상품 세 가지 원인으로 보고 있다. 턴키란 폐점한 일선 슈퍼를 용도변경을 위해 통째로 사들인 후, 포함된 제품들을 다른 점포에 헐값에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턴키 제품들을 전문적으로 매입해 슈퍼에 제공하는 업자들도 존재하는 만큼 일반적인 유통구조에서 나올 수 없는 가격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정찰제 이후 출고가가 조금 올랐을 뿐 기존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서 “그럼에도 50% 이상 할인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동안 유통단계에서의 마진이 과했다 뜻”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선 점주들의 경쟁으로 인해 자율적으로 가격이 형성됨에 따라 소비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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