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집의 역사와 의미 인문학적 관점서 조명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 영국의 건축가인 저자는 27개의 공간을 통해 집의 역사와 의미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탐구했다. 창문은 ‘삶을 담고 있는 액자’이고, 책은 ‘영혼이 있는 가구’이며, 서재는 ‘일과 여가 사이를 오가는 작은 일탈’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또 계단은 ‘더불어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공간’, 베란다는 ‘나이 들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라는 것이다.

제 각각의 공간을 합치면 집주인의 삶의 방식이 지도처럼 그려진다. 여행자가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보여주는 여권 도장처럼 거주자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어떤 취향인지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루이 14세에게 침실은 궁의 의식을 치르는 중요한 장소였다. 베르사유 궁전의 많은 시종이 몰려와 그를 깨우고 눕히는 ‘르베(기상의식)’와 ‘쿠셰(취침의식)’ 예식을 진행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우리를 쉼 없이 노동하게 만드는 것은 내 집 마련이라는 강박관념이며, 직장에 발목이 잡히도록 하는 것 역시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사실. 응접실은 원래 ‘말하다’라는 뜻을 가졌는데 아무 대화도 없이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는 공간으로 전락해버렸다.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뉴욕의 방’, 영화 ‘시민 케인’에 등장하는 대부호의 식탁 등 그림과 영화 장면을 인용하면서 집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박근재 옮김.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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