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창조경제엔 실패한 아이디어가 꼭 필요”

“창조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한국의 젊은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성공하려면 실패한 아이디어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나이젤 캐링턴(58) 런던예술대학 총장은 2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창조경제란 예술과 산업이 결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유럽 최대 예술대학의 수장으로서 캐링턴 총장은 예술과 산업이 창조경제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아름다운 물건으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서의 디자인이 가치가 있다”면서 런던예술대의 범죄예방디자인 연구소와 섬유연구소를 예로 들었다. 패션 분야는 자원을 오염시키고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문제를 유발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섬유연구소에서 디자이너와 생명공학자가 협력해 개발한 ‘바이오레이스’라는 소재는 입을 수도 있고 먹을 수도 있으며 버리면 자연스럽게 분해된다.

캐링턴 총장은 지금의 영국 경제모델에 대해 “한두 개의 대기업이 경제를 좌우하는 게 아니라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많은 작은 기업들이 탄탄하게 서 있어 위기에 대응하는 내성이 강해진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이 최근 10년간 깨달은 것은 모든 산업에서 창의적 인간이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영국 사회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기업을 이끌면서 이전보다 활기차고 살 만한 곳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영국 사회의 창의성 드라이브’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한국의 기술적 창의성과 패션 부문은 놀라울 정도”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에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조경제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이 교육 과정에서 많은 압력을 받고 있으며 실패를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창조적인 환경에 있다는 건 실패를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의인재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캐링턴 총장은 “창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과목을 통상적으로 학교에서 중요한 과목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면서 “창조적인 사람들이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을지라도 잠재력을 표출했을 때 굉장히 다양한 성과를 낸다”고 말했다.

캐링턴 총장은 변호사로서 20여년간 국제 로펌 베이커앤매킨지에 근무했다. 세계적인 슈퍼카를 만드는 맥라렌 그룹에서 7년간 상무이사 겸 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옥스퍼드 세인트 존스 칼리지에서 법학을, 런던 커톨드 예술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런던예술대에는 2008년 부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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