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시설이 완파되지 않았다는 국방부 초기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한 CNN 기자를 해고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일제히 이란 핵 시설이 완파됐다고 주장했다. 보고서 입수 경위를 두고 수사도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CNN의 나타샤 버트런드 기자 실명을 거론하며 “즉시 징계를 받고 개처럼 쫓겨나야 한다”며 “그는 가짜뉴스 CNN에서 일해서는 안 된다. 나타샤를 해고하라”고 적었다. 버트드 기자는 이란 핵 시설이 완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국방부 국방정보국(DIA)의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는 별도 게시물에서 “이스라엘은 (이란) 핵 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밝혔다. 우리의 B-2 폭격기 조종사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적었다.
장관들도 일제히 이란 핵 시설이 파괴도 불능 상태라는 트럼프 주장을 옹호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뒤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변환 시설 없이는 핵무기를 만들 수 없다”며 “우리는 지도에서 그 시설이 어디에 있었는지 이제 찾을 수 없다. 완전히 제거됐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핵무기 변환 시설 피해가 핵무기 제조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받는 공식 시설들이 파괴되는 상황에 대비해 은밀히 또 다른 변환 시설을 만들어 두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공습한 이란의 핵 시설 3곳 중 포르도와 나탄즈에는 주로 농축 핵 물질이 있고, 이스파한에는 핵무기 변환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이날 엑스에 “이란 핵시설이 파괴됐다는 대통령의 거듭된 언급은 새로운 정보를 통해 확인된다”며 “만약 이란이 (핵 역량) 재건을 택한다면 그들은 3개 핵 시설을 모두 재건해야 하며 거기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기자들에게 “해당 정보(DIA 보고서)는 내부적 목적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유출 조사를 하고 있다”며 “CNN과 다른 매체들은 압도적인 성공인데도 대통령을 나쁘게 보이게 하려고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CNN, 신뢰도 낮은 정보 유출에 기반한 가짜뉴스 유포’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란 핵 시설 피해를 강조한 이들의 평가를 일일이 나열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1급 기밀인 DIA 보고서 유출자는 “감옥에 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는 나토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다음 주 미국과 이란이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참석자나 회담 목적에 대해서는 부연하지 않았다. 이란과의 핵 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면서도 “나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전쟁을 치렀고 이제 그들의 세상으로 돌아왔다. 합의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