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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 텔아비브 이스라엘군(IDF) 본부 맞은편 예술미술관 광장에 설치된 대형 화면 속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후 600일 가까운 시간이 지나갔다. 전쟁 시작 당시 하마스에게 251명이 납치됐지만 아직 58명이 가자지구에 남아있다.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가족들이 자리를 잡으며 이곳은 ‘인질 광장’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인질·실종자 가족포럼이 관리하는 광장 곳곳에선 ‘그들을 데려오라’(Bring Them Home Now)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등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수익은 모두 인질·실종자 가족에게 사용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 쉴라는 “정부와 정치인들은 그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저희가 직접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수익금은 전부 인질 가족 전용 기금으로 직접 들어간다”고 말했다.
노란 리본 등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조형물도 적지 않았다. 특히 중앙에 설치된 하마스 터널은 인질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평일 오후라는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광장엔 사람이 10여명 정도로 많지 않았다. 인근 도서관 내부나 쇼핑몰 등과 비교해 한산한 느낌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인질 문제엔 상대적으로 무뎌진 듯했다.
실제 이스라엘 내에서 인질 송환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높지만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하마스에 대한 강경 대응 여론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방송사 채널13이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전쟁 종식과 인질 송환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은 67%로 나타났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8일 시작한 가자지구 지상전 재개에 대한 찬성 비율도 44%로 반대(40%)보다 높았다.
인질 가족들은 이스라엘 정부의 무관심을 비판하며 송환을 위해 정부와 국제사회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군 복무 중 하마스에 붙잡혔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이타이 첸의 부친 루비 첸은 한국 기자단과 텔아비브 인질·실종자 가족포럼 본부에서 만나 “정부는 초반 대응부터 부족했다. 총리 아들이 가자지구에 있었다면 우리는 다른 상황에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교법에 따라 58명의 인질 모두에 대해 법적·도덕적 책임이 있다. 시신이 갇힌 채 건물 아래에 묻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책임은 하마스에 있다고 명시하면서도 “하마스 해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하는 반면 인질 귀환은 시간이 부족하다. 한국도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만큼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하마스 공격 당시 납치된 님로드 코헨의 모친인 비키 코헨도 한국 기자단에 전달한 성명을 통해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지상전 재개에 반대한다”며 “이는 인질의 안전을 위협한다. 전쟁을 멈추고 인질 전원을 돌려보낼 수 있는 합의안을 체결하는 것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에게 낫다”고 호소했다. 님로드는 억류된 인질 중 생존한 것으로 추정되는 20여명 중 한 명이다.
텔아비브=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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