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때 ‘대륙의 실수’로 불리며 각광받던 중국 샤오미가 출시한 첫 전기차 모델 SU7이 자율주행 도중 사망사고를 낸 데 이어 허위 광고와 일방적 마력 제한 논란에 휩싸였다. 구매자들은 명백한 사기행위라며 환불·보상을 요구하는 반납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하고 나섰다. 샤오미의 레이쥔 CEO는 “샤오미를 창업한 이래 가장 힘든 시기”라고 토로했다.
중국 경제매체 시나재경과 펑파이신문 등에 따르면 샤오미 SU7 울트라 모델의 4만2000위안(약 800만원)짜리 옵션인 탄소섬유 이중통풍구 전면 보닛이 실제로는 아무런 기능도 없는 단순 장식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샤오미는 이 옵션을 장착하면 차량의 냉각 성능이 향상되고 공기 저항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광고했다.
차량 소유자가 문제의 보닛을 분해한 결과 내부 구조가 일반 보닛과 다르지 않고 어떤 방열 시스템과도 연결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송풍기를 사용한 기류 테스트에서도 통풍구 입구에 놓아둔 화장지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샤오미는 지난 7일 “표현에 문제가 있었다”며 사과하고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구매자들은 명백한 사기행위라며 분노했다. 300여명은 환불과 차량가의 최대 3배 보상을 요구하는 모임까지 결성했다.
샤오미가 지난 1일 업그레이드한 전기차 운영체제 ‘샤오미 하이퍼 OS 1.7.0’도 SU7의 최대 마력을 낮춰버려 큰 반발을 샀다. SU7은 최대 1548마력을 발휘한다고 광고했지만, 업데이트 후에는 공식 인증 트랙에서 특정 기록을 세우지 않으면 최대 900마력만 낼 수 있게 변경됐다.
갑작스레 차량 출력이 저하되자 구매자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누리꾼들은 “매일 출퇴근해야 하는데 서킷까지 가서 달려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각에선 PC나 모바일 게임처럼 샤오미가 최대 마력을 유상 옵션으로 판매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샤오미는 7일 추가 사과성명에서 업데이트 과정에서 불필요한 잠금 해제 조건이 추가돼 사용자 경험이 손상됐다고 인정하고 “일부 사용자에게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OS가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차량에 대한 업그레이드는 중단했지만, 이미 업그레이드된 차량은 복구까지 4~8주를 기다려야 한다.
레이쥔은 10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글을 올려 “지난 한 달은 샤오미를 창업한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며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한동안 소셜미디어 활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사람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줘서 다시 일어설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SU7은 지난 3월 29일 안후이성의 한 고속도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폭발해 운전자 등 여대생 3명이 숨졌다. 사고 구간은 공사 때문에 일부가 폐쇄돼 반대 차선을 이용하는 곳이었다. 시속 116km로 달리던 차량이 위험을 감지해 경고를 내보냈고 운전자가 수동 모드로 전환한 뒤 감속했지만,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이 사고로 자율주행 기능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는데도 샤오미가 무리하게 탑재하고 과장 광고를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SU7은 샤오미가 지난해 3월 출시한 첫 번째 전기차 모델이다. 중국에서 20만대 이상 팔렸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