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의 영향이 심화하는 가운데, 극한 온도에 노출될수록 청년·중년층 취약계층의 건강 피해가 비수급자보다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산대학교 이환희 교수 연구팀은 31일 기후 위기 속 고온·저온 노출에 따른 건강 위험과 의료비 부담이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19~64세 연령대에서 그 격차가 두드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건강보험청구자료를 활용해 전국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응급실 경유 입원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온 노출 시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응급실 경유 입원 위험은 비수급자 대비 18세 이하에서 50% 이상, 19~64세 청년·중년층에서는 3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온 노출 시에도 19~64세에서 약 30% 더 높았다.
또한 정신질환 및 장애로 인한 입원에서도 수급권자의 고온 노출 위험도는 20% 이상, 저온 노출 위험도는 30% 이상 높았으며, 극한 온도로 인한 초과 의료비 부담도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수급자와 비수급자 간 격차가 두드러졌다. 예컨대 저온일 경우 65~84세 연령대 수급자의 초과비용은 비수급자보다 2배에 달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 위기의 건강 영향이 노년층보다는 실외 활동과 직업 활동이 많은 청년·중년층 취약계층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실외 근무, 더 열악한 작업환경, 직무 스트레스, 음주 등 복합적 요인이 온도에 의한 건강 위험을 가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환희 교수는 “기후변화의 건강 영향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지 않으며, 경제적 취약계층에는 이중 격차(double disparities)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정책 수립이 기후 위기 시대의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부산대·서울대 공동연구팀이 한국연구재단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 결과가 향후 국가 단위의 기후 위기 대응 정책에 있어 사회적 취약계층을 정밀하게 고려할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해당 논문은 국제 역학 분야 권위 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에피데미올로지(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 3월 27일 자에 게재됐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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