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던 국내 정유 기업들이 최근 국제 정세 변화에 힘입어 실적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중국의 원유 수입 감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 등이 맞물리며 국내 정유업계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14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총 8385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했다. 1~2월 중국의 하루 평균 원유 수입량도 1038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1074만 배럴)보다 줄었다.
중국의 원유 수입 감소는 미국의 제재 강화와 맞물려 있다. 미국이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 운송 선박에 제재를 확대하면서 운임료가 인상됐고, 이에 따라 중국 정유사들의 원유 수입 부담이 커진 탓이다. 그간 중국은 러시아·이란산 원유를 저가에 수입해 낮은 정제마진에도 생산량을 유지해왔으나,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수입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을 뜻한다. 국내 정유업계는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로 그간 실적 악화를 겪어왔다.
러·우 전쟁의 종전 가능성도 국내 정유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러·우 전쟁에 대한 서방국의 제재로 지난 2~3년간 러시아산 원유를 저렴하게 확보하던 중국 정유사들의 프리미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러·우 전쟁 이후 중국의 원유 수입 비중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대를 유지해왔다. 종전이 현실화하면 러시아산 원유의 시장 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중국 정유업계의 원가 경쟁력은 약화될 수 있다. 역내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정유사들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인 것이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기조 강화도 정유업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위해 주민 소비 진작과 투자 확대, 개혁개방 확대 등을 내세웠다. 중국 내 경기가 살아나면 중국 내 휘발유와 경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도 완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정유업계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상승세다. 올해 복합 정제마진은 1월 3.2달러, 2월 4.9달러, 3월 7.6달러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평균 복합 정제마진은 전주 대비 배럴당 2.1달러 오른 8.7달러를 기록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러·우 전쟁의 종전이 이뤄지면 러시아산 원유의 시장 공급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와 함께 중국의 독립 소규모 정유사(티포트·Teapot)들의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이 커지면서 역내 공급량 감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정유업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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