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왕들의 어진(초상화)을 봉안하던 ‘경복궁 선원전 편액’이 약 10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문화재 환수에 ‘리그 오브 레전드(LoL)’ ‘발로란트’로 유명한 라이엇 게임즈가 든든한 후원자로 역할을 했다. 12년째 진행 중인 라이엇 게임즈의 국외소재문화유산 환수 프로젝트 중 7번째 성과다.
라이엇 게임즈와 국가유산청은 27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경복궁 선원전 편액 환수언론공개회를 열고 해당 문화유산이 국내로 돌아온 과정을 소개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지난해 2월 일본에 있는 경복궁 선원전 편액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문헌조사, 전문가 평가, 조사, 실견 등을 거쳤다. 이후 소장자 측에 경복궁 선원전 편액이 한국에 돌아와야 하는 당위성을 전달했고, 라이엇 게임즈의 후원을 받아 협상 끝에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조선 왕실 유물인 경복궁 선원전 편액은 역대 왕들의 어진을 봉인하고 의례를 지내던 선원전에 걸리는 현판이다. 선원전은 조선 시대 왕실에서도 가장 위계가 높은 ‘전(殿)’으로, 당시 통치 체제의 근본이었던 ‘충(忠)’과 ‘효(孝)’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번에 환수된 유물은 각 궁궐에서의 선원전 건립 및 소실과 관련된 정황과 관련 문헌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재건(1868년) 경북궁 선원전’에 걸렸던 편액으로 추정된다고 국가유산청은 밝혔다.
또, ‘승정원일기(1867년/고종 4년)’에 따르면 해당 편액의 글씨를 쓴 서사관은 서승보의 글씨로 추정된다. 서승보는 조선 후기 이조참판, 한성부판윤, 형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부터 국가유산청과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을 위한 후원약정을 체결해 국외소재문화유산 환수를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라이엇 게임즈는 국외 문화재 환수를 골자로 국가유산청에 약 93억원을 지원했다.
조혁진 라이엇 게임즈 대표는 “많은 분들이 외국 게임사가 왜 한국문화 환수에 나서는지 묻는다. 게임도 문화 일부이며 현대문화를 만드는 기업으로써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 게이머와 라이엇 게임즈에도 매우 뜻깊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라이엇 게임즈는 ▲석가삼존도(2014년)를 시작으로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2018년) ▲척암선생문집책판(2019년) ▲백자이동궁명사각호(2019년) ▲중화궁인(2019년) ▲보록(2022년)등 국외소재문화유산 환수를 지원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106주년 3·1절을 앞두고 우리의 문화예산 환수를 공개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특히 이번 환수는 그동안 12년간 노력을 해 주신 라이엇 게임즈 지속적인 후원이 가장 큰 바탕이 됐고 지금까지 7건의 소중한 문화재의 환수에 기여해줬다. 다시 한번 라이엇 게임즈에 감사 인사 드린다”고 밝혔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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