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곧 만날 것이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협상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트럼프는 아직 우크라이나의 참여 방식을 거론하진 않았다. 두 정상은 종전 협상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도 신뢰와 불신으로 엇갈리는 반응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국제공항 등에서 기자들을 만나 푸틴과의 회담 시점에 대해 “정해지진 않았지만, 매우 곧(very soon)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백악관 풀기자단이 전했다. 그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협상 참여 여부에 대해선 “그도 관여할 것(be involved)”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는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푸틴과 통화에서 같은 질문을 했다면서 “만약 그가 전쟁을 계속할 생각이었다면 그건 우리에게 매우 큰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 “젤렌스키도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고 했다. 이어 젤렌스키가 경고한 러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침공 가능성을 우려하냐는 질문에는 “조금도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푸틴과의 통화 뒤 종전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 측 인사들과 곧 면담한다. CNN은 이날 양국의 협상이 18일에 시작될 예정이며, 사우디가 중재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국 협상팀이 사우디에서 종전 협상을 한 뒤 성과가 나타나면 트럼프와 푸틴이 직접 대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CBS 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회담 전망에 대해 “한 번의 (미·러 정상간) 전화 통화로 이 복잡한 전쟁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과정을 시작할 유일한 지도자라는 것은 확실하다”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고,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우디에서 진행될 이번 협상은 최근 몇 년간 미국과 러시아 고위급 인사들이 처음 대좌하는 자리다.
하지만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협상 배제 우려와 함께 푸틴을 향한 불신을 드러냈다. 젤렌스키는 이날 공개된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트럼프에게 ‘푸틴은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는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아닌 우리가 더 중요해지길 바란다. 동맹 가치를 공유하는 우리는 러시아만큼 크지 않지만 전략적으로 미국에 더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도 푸틴을 믿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약 15만명의 병력을 동원해 친(親)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에서 훈련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며, 이는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격을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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