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를 사칭한 사기꾼에게 속아 12억원에 가까운 돈을 보낸 프랑스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15일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에 따르면 이 나라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는 50대 기혼여성 안(가명)은 2023년 2월 인스타그램에 가입해 겨울 휴가 사진을 올렸다. 이후 브래드 피트의 어머니 이름인 제인 에타 피트가 적힌 계정에서 다이렉트 메시지를 받았다. 이튿날에는 자신을 브래드 피트라고 소개하는 계정으로부터 어머니에게 당신 얘기를 듣고 연락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안은 그가 보낸, 조작된 브래드 피트의 사진과 여권 사본을 보고 진짜라고 믿었다. 가짜 브래드 피트는 안에게 달콤한 내용의 메시지를 1년반 동안 꾸준히 보냈다. 가짜 브래드 피트와 사랑에 빠진 안은 결국 남편과 이혼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가짜 브래드 피트에게 남편에게 위자료로 77만5000유로(약 11억7000만원)를 받았다고 알렸다. 가짜 브래드 피트는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가짜 브래드 피트는 신장암에 걸렸다는 핑계를 댔다. 안은 할리우드 배우가 튀르키예 국적의 계좌로 돈을 보내 달라고 해 의문을 품었지만 당신 없이는 살 이유가 없다는 가짜 브래드 피트의 말에 83만 유로(약 12억5000만원)나 되는 돈을 수개월에 걸쳐 보냈다. 그는 프랑스 방송 TF1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글(달콤한 메시지)을 쓰는 남자는 드물다. 그 남자를 사랑했다”고 고백했다.
안은 지난해 여름 진짜 브래드 피트가 현재 교제 중인 주얼리 업계 종사자 이네스 드 라몬과 함께 있는 사진을 보고 나서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짜 브래드 피트에게 83만 유로를 보내느라 살던 집과 가구까지 판 그는 충격에 휩싸여 극단적 선택을 세 차례나 시도했다. 중증 우울증 전문 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현재 프랑스의 해외 영토 레위니옹에 있는 친구 집에 묵고 있다.
가짜 브래드 피트에게 속아 거액을 보낸 여성은 더 있다. 스페인 수사 당국은 지난해 9월 브래드 피트를 사칭해 여성 두 명으로부터 32만5000유로(약 4억9000만원)를 가로챈 일당 5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브래드 피트의 온라인 팬 페이지에서 만난 여성들과 정서적 관계를 맺은 뒤 존재하지도 않는 여러 사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해 돈을 빼앗는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SNS를 연구해 우울한 내용의 게시글을 자주 올리고 애정 결핍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들을 찾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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