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선전 포고가 일파만파 후폭풍을 낳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1차 폭격 대상인 멕시코는 곧바로 보복 관세를 시사했다. 중국과 캐나다 등도 보복 관세와 환율 절하 등으로 맞대응할 경우 트럼프 1기보다 더 파괴적인 무역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세로 생산 비용이 상승한 기업들이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아 물가 상승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향한 서한을 직접 읽었다. 그는 서한에서 “멕시코는 마약 펜타닐 유행을 막으려는 미국에 협력한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며 “이민 현상이나 마약 문제 해결책은 위협이나 관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관세가 하나 부과되면, 이에 대한 반응으로 다른 관세 조처가 올 것이며, 이게 계속되면 우리는 기업들을 위험에 빠트리게 될 것”이라며 보복 관세 가능성도 시사했다. 멕시코는 대(對) 미국 상품 수출 1위 국가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많은 외국 정부가 미국의 관세에 대응해 반격할 수 있는 미국 제품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며 “또 각국이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해외 구매자들에게 수출 가격을 낮춰 관세 효과를 무디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USMCA 협정에 따라 거의 모든 상품이 무관세다. 하지만 트럼프가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멕시코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멕시코는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산 철강 등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산 철강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또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미국 중부 농촌 지역을 겨냥해 돼지고기, 사과, 치즈 등 미국 농축산물에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가 10% 추가 관세를 언급한 중국은 인위적인 위안화 절하로 관세 공격을 상쇄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트럼프 1기 재임 시절인 2018년과 2019년 위안화를 전략적으로 평가 절하해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미국 자동차업계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약 16%(약 250만대)는 멕시코에서 생산되며, 약 7%는 캐나다에서 생산됐다. 트럼프의 공언대로 미국이 모든 멕시코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면 자동차 가격이 치솟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미국 제조사부터 직격탄을 맞게 된다. 트럼프의 관세 엄포 이튿날인 이날 GM의 주가는 9%, 크라이슬러와 지프 등을 소유한 스텔란티스의 주가는 5.7%가 빠졌다.
또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주요 수출국이다. 또 두 나라는 과일과 채소를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상무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은 멕시코에서 441억달러 규모의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다. 미국은 또 휘발유와 난방유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가스 원유도 캐나다에서 수입하고 있다. 트럼프의 공언대로 관세 25%가 부과되면 미국의 자동차와 철강과 알루미늄, 식품 등 거의 모든 제품의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 미국 대표 유통업체 월마트와 가전업체 베스트바이는 트럼프의 관세 언급 이후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AP통신은 “트럼프가 관세 위협을 실행으로 옮긴다면 그에 따른 가격 인상은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선거 공약과 충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외국과 협상을 위한 지렛대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유명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대니얼 로에스카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자동차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미국 산업에 피해가 크기 때문에) 관세 부과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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