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복음서에 보면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울 때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십니다. 그때 성전 안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사람들, 돈 바꾸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십니다. 예수님은 이에 노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양이나 소를 다 성전에서 내쫓으시고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쏟으시며 상을 엎으셨습니다. “이것을 여기서 가져가라”고 말씀하시던 예수님의 위엄과 권위에 사람들은 두려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으로 구별된 장소입니다. 그런데 그 장소가 하나님께 제사 지내는 것을 핑계로 세상적, 물질적 거래처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에 예수님은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며 변질한 성전의 모습을 되찾고, 그 의미를 분명하고 또 새롭게 해주셨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본래의 소중한 뜻이 변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본래의 의미를 되새기며 살려 나가야 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오늘 우리 한국교회의 모습이 예수님의 시선으로 보실 때 어떻게 비치실까요. 많은 성도가 있습니다. 크고 찬란한 예배당이 있습니다. 엄청난 재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옛날 한국 초대교회의 모습과 비교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놀라운 변화입니다. 한편으로는 사회의 발전과 변화에 따르는 현상이요, 좋은 일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외형적 변화와 발전에 맞먹게 내부 신앙의 성숙이 이뤄지고 있는가 하는 데에 있어서 자신 있게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간절함, 그 순수한 마음이 퇴색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가득히 모여 간절히 기도하던 성도들의 모습을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운영과 유지를 위한 프로그램 운용에만 바빠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목회자는 교회의 영적인 지도자라기보다는 경영자의 모습으로 비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오늘날 우리 사회는 시장 경제 체제이다 보니 돈이 있어야 합니다. 돈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자칫하면 교회의 지도자가 돈을 우선하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소위 황금 만능주의, ‘맘몬’에 빠지게 됩니다. 이것은 아주 무섭습니다. 황금만능주의는 돈을 하나님 보다 앞세워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돈이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사고방식이나 태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물들고 빠지게 되면 헤어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주인이 하나님이 아니라 돈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서에 보면 재물이 많은 사람이 나옵니다. 그는 영생을 사모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계명을 지키는 도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때 예수님은 그 재물 많은 사람에게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라. 그리하면 하늘의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그러고 나서 나를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슬픈 기색으로 근심하며 돌아간 뒤 예수님께 다시 오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돈이 주인이 되면 이 주인을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오늘 예수님이 한국교회에 나타나시면, 북적거리는 오늘날 교회에 대해 어떻게 하실까요.
“인자가 올 때 믿는 자는 보겠느냐? 네 주인이 누구냐? 내 집은 기업체가 아니다.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다.”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jonggyo@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