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4주기를 앞둔 가운데 대내외적으로 위기론이 대두된 삼성은 지난해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 속에 고인을 기릴 전망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날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 출범 4주년 행사를 개최한다.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은 이 선대회장의 ‘어린이 사랑’과 ‘인간 존중’ 철학을 바탕으로 한 의료 공헌의 일환이다.
사업단은 2021년 이 선대회장의 유족으로부터 전달받은 기부금 3000억원을 재원으로 출범했으며, 2030년까지 10년간 국내 소아암·희귀질환 환자의 진단·치료·연구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단은 유족이 기부한 3000억원 가운데 1500억원을 소아암 환자 지원에, 600억원을 크론병 등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사용하고 국내 소아암·소아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에도 900억원을 투입한다.
24일 오후에는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4주기 추모 음악회가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과 삼성 사장단 등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선대회장 기일인 25일에는 4주기 추도식이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열릴 예정이다. 삼성은 별도 추모행사 없이 유족과 삼성 사장단이 모여 신경영 철학 등 고인의 업적과 뜻을 기릴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의 일본 내 협력회사 모임 ‘LJF’(이건희와 일본 친구들) 정례 교류회를 주재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선대회장이 각별히 챙겼던 안내견학교 사업 30주년 기념식과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 학술대회,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를 잇따라 열며 추모 분위기를 조성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더욱 엄숙한 분위기에서 추모가 진행될 전망이다.
올해 추모 행사에서는 문화와 예술, 의료 등의 분야에서 이 선대회장의 철학과 정신을 집중 조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생전 문화 경쟁력을 강조했던 이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재능 있는 예술 인재를 선발해 해외 연수를 지원하고 백건우와 백남준, 이우환 등 한국 예술인들의 해외 활동을 후원해 왔다. 삼성호암상 예술상도 수여하고 있다.
유족은 고인의 ‘문화 공헌’ 철학을 계승해 사회 환원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유족은 2021년 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 선대회장은 1987년 부친인 이병철 창업회장 별세 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랐고,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로 대표되는 ‘신경영 선언’으로 그룹 혁신을 추진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5개월여간 병석에 있다 2020년 10월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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