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제1야당이 대통령 탄핵 쉽게 꺼내선 안돼” [인터뷰]

Է:2024-10-20 12:05
:2024-10-2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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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민주당도 국정운영 책임 나눠지길 요구”
“尹, 김 여사 감싸기만 해선 안 돼”
“이재명 체제, 다양한 목소리 나올 수 있어야”

김부겸 전 총리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탄핵이란 헌정의 일시적 중단이라는 엄청난 일이다. 그런 얘기를 그리 쉽게 해선 안 된다.”

대표적 ‘의회주의자’로 꼽히는 김부겸 전 총리는 야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하야’ 등을 공공연히 거론하는 상황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4일과 18일 국민일보와 가진 대면·서면 인터뷰에서 “(야당이) 탄핵을 바로 언급하기보다 윤 대통령에게 ‘국민이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 임계치를 넘기면 정권 자체의 존립이 어려울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하면서 정국을 리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내의 이른바 ‘일극체제’ 논란을 두고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도 지금부터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국의 중심에 서 있는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그저 내 부인이라는 이유로 감싸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아래는 김 전 총리와의 일문일답.

-10·16 재보궐선거에서 여야 모두 텃밭은 사수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호남에서 ‘형제싸움’을 하느라 진을 다 뺀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 집중하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아쉽다. 특히 윤석열정부 지지율이 바닥인데도 부산을 못 이기고 안방만 지킨 것은 애석하다.”

김부겸 전 총리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최근 정치 행보를 재개했는데.
“총선 이후 한 발 비켜나 있었다. 윤석열정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또 170석이 넘는 제1당으로서 민주당이 앞으로 어떻게 정치를 전개해야 할지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정쟁이 너무나 격화되면서 많은 분이 ‘이렇게 정치가 어렵고 공동체가 흔들릴 때 당신이 목소리 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또 ‘서민 경제와 청년의 미래, 신산업 문제와 저출생 문제 등 우리가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여야 협치 외에는 방도가 없다는 목소리를 내달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여의도와 한걸음 떨어져 체험한 민심은 어떤가.
“우리 국민에겐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데, (윤석열정부 들어) 우리가 이룬 것이 이렇게 맥없이 흔들리나, 이렇게 무너지는 것 아닌가에 대한 두려움과 안타까움, 분노가 있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난 더 이상은 모르겠다’는 식의 정치권 반응에 대해서도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분노와 허탈감을 여과 없이 표하시더라.”

-김건의 여사 문제가 정치권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대통령께서 그저 내 부인이라는 이유로 감싸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 해결할 수도 없다. 여권에서는 ‘사과하면 야권 공세가 더 강해질 것이니, 사과해서는 안 된다’라는 소리가 나온다는데, 그것이야말로 전형적으로 무책임한 소리다. 사과할 것은 빨리 사과하고, 그래서 국민이 마음으로 ‘이만하면 됐다’고 하셔야만 이 건이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바로 사과할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닌데.
“우리가 이렇게 한가할 때가 아니지 않나. 전 세계가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한국만 대응을 못 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으로 경제가 하루가 다르게 위축되고 있고, 불경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팽배한 데 (정치권에서는) 누구 하나 그런 얘기를 안 한다.
김 여사와 관련해서도 흔히 말하는 위법 행위가 있으면 그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받고, 그 정도는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비난의 소지가 있으면 사과하면 되지 않나. 그래야 이 정쟁의 도돌이표에서 빨리 벗어나 여야가 함께 이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겠나.”

김부겸 전 총리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윤 대통령과는 과거 연이 있었는데,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른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나 검찰총장을 할 때만 해도 공직자로서의 금도랄까, 유연한 처신 같은 것을 의식한 것 같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더니 자꾸만 외골수로 빠지는 것 같다. 내가 주장하니까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자기 확신대로, 소신대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겠나.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의회, 국회와의 대화인데, 지금 대통령은 국회를 거의 무시하고 있지 않나. 여야가 합의해 풀 수 있는 것이 아직 많이 있다. 국민은 지금 그 성과를 내라고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다음달이면 윤석열정부 임기 반환점을 돈다. 조언이 있다면.
“정치권에 먼저 들어온 선배로서 고언을 드리자면, 내가 총리로 모셔보니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화려한 자리도, 영광스러운 자리도 아닙디다. 온 국민과 대한민국 공동체의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사람이 대통령 아닌가. 그러니 대통령께서 자꾸 고집스럽게 당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주장하시면 안 될 것 같다. 하루속히 의회와 대화를 하시고, 특히 야당과 대화해서 당신에게 꼭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시길 바란다.
당장 의정갈등 문제부터 시작해 신산업 부분은 더 이상 이대로 팽개칠 수 없는 문제다. 그리고 저출생과 지방소멸 문제 등 당장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어려운 문제들도 방기할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지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거의 몰락 직전이다. 이건 정쟁거리가 아니지 않나. 빨리 야당과 만나 정책협의를 통해 당면 현안을 하나하나 풀어야 한다.”

-170석 민주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뭔가.
“국민은 민주당도 국정 운영의 책임을 일부 나눠 가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 같다.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만나 합의한 것이 있지 않나. 우선 의료대란부터 해결하고, AI(인공지능) 신산업 분야에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얘기해야 할 것 아닌가. 특검도 여당에서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하면 안 된다고 하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한쪽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국민도 조금은 안심할 것 같다.”

김부겸 전 총리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민주당의 일극체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데.
“민주당의 생명은 다양성 존중에 있다. 과거 DJ(김대중 전 대통령)에서부터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은 항상 소수정파, 자기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공간을 열어줬다. 그런 다양성으로 인해 민주당은 어떤 어려운 상황도 돌파할 수 있었다. 이 대표의 민주당도 지금부터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강성 지지층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이 자기검열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건 비극이다. 강성 지지층이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가 소수의 목소리를 짓밟아선 안 된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만약 우리 적극 지지층이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 아닌가. 이건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분들 사이에서도 우리 당이 이런 모습으로 가는 것이 옳은가란 얘기를 던져야 한다.”

-민주당에서 대통령 탄핵이 자주 거론된다.
“신중해야 하는 문제다. 예를 들어 조국혁신당이 탄핵을 주장하는 것과 제1야당인 우리 당이 주장하는 것은 무게가 다른 문제다. 탄핵이라는 것은 정말로 헌정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엄청난 일 아닌가. 그런 얘기를 쉽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탄핵을 얘기하기 전에 국민을 위한 정치적 성과물을 만들어내면서 윤 대통령에게 ‘지금 국민 지지율이 20%대다. 국민이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 임계치를 넘기면 정권 자체가 존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강한 경고를 하면서 지금의 정국을 리드 했으면 좋겠다.
자꾸 탄핵을 언급하면 서로 간에 감정적 대립밖에 안 된다. 이렇게 되면 헌정이 불안할 뿐아니라 정말 대한민국 공동체가 파국으로 갈 위험이 없지 않겠나. 적어도 170석 넘는 제1야당은 탄핵은 아주 신중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김부겸 전 총리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금투세 유예는 찬성하지만, 폐지는 반대하셨는데 이유가 뭔지.
“핵심은 이 법(금투세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여야 합의로 통과시킬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면서 거래세를 획기적으로 낮췄지 않나. 그리고 주 과세대상은 누군가, 큰손들 아닌가. 개미투자자들의 폐지 요구는 크지만, 그런 부분에서 조금 더 세세히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하기에 유예하자는 입장이다.”

-최근엔 ‘신 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이란 말도 나온다.
“너무 성급한 얘기 아닌가.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누가 알겠나. 지금 중요한 것은 양쪽이 부딪히기만 하고 있는 현 정치권에서 누군가는 싸움을 말리고, 누군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이 길은 아니지 않느냐’라는 소리를 해야 하지 않겠나. 제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청년이나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의 목소리는 제가 자주 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야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늘 꼽힌다.
“제가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쑥스러운 일이다. 지금 민주당에도 다양한 리더십이 있다는 것을 한 번 보이기 위해 그런 조어(신삼김)가 된 것 같다. 다만 저는 오히려 제가 해야 할 역할을 또박또박하는 것이 현재 저의 존재 이유인 것 같다. 지금 와서 무슨 ‘신삼김’이다라고 하는 것은 과거의 삼김에 비해 너무나 외람된 비유 같다.”

-곧 귀국할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만날 계획이 있나.
“귀국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지 않겠나. 다들 이런저런 사적 인연이 다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총리 시절) 저와 정부에서 함께 일했고, 다 또래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할 때 서로 가감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사이다. 계산 없이 만날 수 있는 사이니 이런저런 기회가 오지 않겠나.”

-곧 방미길에 오를 예정이다. 미 대선이 코앞인데,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보고 올 생각인가.
“윤석열정부 들어 한·미동맹에 기반한 범미국 블록에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다 쉽게 풀릴 것처럼 외교와 정치를 끌고 왔는데, 그렇게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 당장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북한을 국제사회에 어떻게 데리고 나올 것인지,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지가 중요한데 이런 것은 우리 힘만으로는 못 풀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들, 미국 의회에 있는 한국계 미국인 의원 등과도 기회 되는대로 만나보고 싶다.”
인터뷰=전웅빈 정치부 차장

최승욱 송경모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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