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저희가 외국인 감독 같아요.”
개막을 앞둔 2024-2025시즌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각 구단을 대표해 마이크를 쥔 7명의 사령탑 가운데 국내 출신 감독은 두 명뿐.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올 시즌 변화에 대해 이렇게 농담조로 말한 뒤 “외국인 감독들과 경쟁하며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프로배구 남자부 7개 구단은 15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4-2025시즌 V리그 미디어데이에서 새 시즌에 돌입하는 포부를 밝혔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각 구단의 감독과 대표 선수들은 비시즌 훈련 과정을 돌아보며 이번 시즌 목표를 전했다.
올 시즌 남자부의 가장 큰 변화 키워드는 ‘외국인 감독’이다. 지난 시즌 직후 V리그에 합류한 3명의 감독을 포함해 총 5명의 외국인 사령탑이 팀을 이끌고 있다. 우리카드, 현대캐피탈, KB손해보험은 각각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 필립 블랑 감독, 미겔 리베라 감독 체제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해외 무대 경험이 많은 감독들의 지략 대결이 볼거리를 더할 전망이다.
이들 중에선 현대캐피탈의 지휘봉을 쥔 블랑 감독이 일찌감치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달에는 11년 만의 컵대회 우승컵까지 거머쥐며 ‘명가 재건’의 불씨를 지폈다. 팀에 온 지 한 달 만에 낸 성과로, 현대캐피탈 특유의 ‘공격 배구’를 선보이는 데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블랑 감독 지휘하에 허수봉-레오-덩신펑의 막강한 삼각편대를 꾸린 현대캐피탈은 단숨에 새 시즌 복병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현대캐피탈의 상승세를 반영하듯, 새 시즌 판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날 미디어데이 현장에선 무려 5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것 같은 팀’으로 현대캐피탈을 꼽았다. V리그 4연패에 빛나는 대한항공마저 큰 격차로 제쳤다. 블랑 감독은 “발전하는 팀으로서 팬들에게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그 이후 상황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당장은 현대캐피탈의 우세가 예측되지만, 상위권과 하위권을 가리지 않고 순위 싸움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은 “각 팀의 전력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됐다”며 “엄청나게 압도적인 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기노 마사지 OK저축은행 감독도 “외국인 감독이 많아지면서 전술, 전략 면에서 V리그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온 것 같다”며 “승패를 떠나 이번 시즌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V리그 남자부 개막전은 19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지난 시즌 챔프전의 주역인 대한항공과 OK저축은행의 맞대결로 펼쳐진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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