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속살이 비치는 이른바 ‘시스루’ 옷차림과 긴 머리카락을 반만 묶어 뒤로 풀어내는 ‘수탉머리’ 모양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금지령을 내렸다. 김주애의 의상과 현송월의 머리 모양에서 시작된 유행을 ‘반사회주의 현상’으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선 것이다.
RFA(자유아시아방송)는 15일(현지시간) “북한이 전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수탉머리’와 ‘살이 보이는 옷’을 금지한다고 선포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 같은 패션 유행을 “체제를 좀 먹는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이며 뿌리 뽑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단속에 걸린 주민은 3~6개월의 노동단련대형에 처해지며, 때에 따라 교화형에 처해질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단련형은 한국의 사회봉사명령제도와 유사한 형벌이고, 노동교화형은 교화소에 수감돼 강제노역과 노동을 하는 신체형이다. ‘수탉머리’의 경우 일단 단속이 되면 머리를 자르고 처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단속 대상이 된 패션 유행이 현송월의 머리 모양과 김주애의 의상에서 시작된 만큼 당국의 금지령이 이중잣대라는 시선도 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수탉머리’에 대해 “긴 머리카락을 정수리까지 묶어 올리고 앞머리는 이마를 덮어 한쪽 눈가를 가린 형태”라며 “영상을 본 주민들 대부분은 원수님(김정은)과 함께 행사장에 자주 출연하는 ‘현송월’을 바로 떠올렸다”고 전했다.
RFA는 “길게 묶어 내린 머리가 뒤에서 보면 수탉의 꼬리와 닮아 ‘수탉머리’라는 명칭이 붙은 머리 모양은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현송월 노동당 부부장이 즐겨하는 헤어스타일”이라며 “현송월은 최근 북·러 정상회담 영상에 등장한 모습에서도 같은 머리형태를 보였다”고 했다.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당에서 금지한다는 일명 ‘수탉머리’와 ‘살이 드러나 보이는 옷’은 최근 평양을 중심으로 전국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며 “(북한 당국이 제작한) 영상 속 처벌 사례로 등장한 대부분의 여성들은 모두 평양에서 적발된 사례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원수님의 자제분(김주애)도 같은 옷을 입고 등장한 적이 있는데 왜 인민들이 입으면 반사회주의, 반체제가 되느냐”라며 당국의 조치가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부 주민들은 ‘당에서 주민들에게 옷을 공급하는 것도 아니고 자체로 마련해 입는데도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잣대를 들이댄다’고 비판한다”라고 전했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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