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낙태 보완 입법,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Է:2024-08-0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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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에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익명의 20대 여성이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인해 임신 사실을 몰랐다. 병원 3곳을 찾아갔지만, 다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무심한 내 태도가 만든 결과에 죽어버리고 싶었다”면서 임신중절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 영상이 ‘36주 태아 낙태 브이로그’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광범위하게 퍼져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복지부와 경찰이 나섰다. 복지부는 ‘살인’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유튜브 영상을 올린 사람과 수술을 집도한 의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법적으로 ‘낙태’와 ‘살인’을 가르는 기준은 ‘출산’ 시점이다. 살인죄는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사람’을 살해해야 하는데, 판례는 태아가 어느 시기에 사람이 되는가에 관해 ‘분만이 시작된 시점부터’를 사람으로 본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영상 속 태아가 36주 차가 아닌 40주 차라고 하더라도 여성의 배 속에서 태아의 사망을 유도했다면 살인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왜 ‘낙태죄’가 아니고 ‘살인죄’를 만지작거리는 걸까.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위헌 결정의 일종인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주를 ‘낙태 결정 가능 시간’으로 보고, ‘임신 22주 정도까지는 여성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므로 이때까지는 낙태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낙태죄 규정은 효력을 상실한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른 보완 입법 책임이 있는 정부와 국회는 그 시한까지 이를 개정하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 아마 정치적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몇 주 차 이상의 낙태를 특정해 처벌하는 법률이든 아예 처벌하지 않는 법률이든, 법을 추진하는 쪽에 대한 일부 유권자의 비난을 의식해서 서로 상대편에게 미룬 채 시간만 보낸 것 아니겠는가. 결국, 낙태죄로 처벌할 수 없으니 살인죄 운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낙태’ 문제는 비단 우리만의 이슈는 아니다. 현재 대선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낙태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최근 아이오와주는 임신 6주 이후로 낙태를 전면 금지한 ‘낙태 금지법’을 시행했다. 이에 대해 낙태권 보호론자인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 해리스 부통령은, 이 법이 ‘트럼프 낙태 금지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년 전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인정을 폐기하는 결정을 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임명된 대법관들이 주도했기 때문에 이 법이 시행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낙태는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헌재 결정 이후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손을 놓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누구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나 처리하라고 국민이 정부와 정치권에 권한을 위임한 것이 아니다. 찬반이 극명히 갈리는 문제일지라도 그 합의점을 도출하고 제도화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다. 더 이상 법의 공백으로 인한 혼란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헌재가 기준을 제시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조화롭게 공존할 합의점을 시급히 마련해 제도화하기를 기대한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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