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진정세를 보이던 휘발유 가격이 다시 가파른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 시설 공격이 계절적 요인과 맞물리며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진정세가 타격을 입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가 더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18일(현지시간)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1갤런당 3.47달러로 1년 전(3.45달러)보다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상승한 것도 지난해 말 이후 처음이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 1월 11일 갤런당 3.07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2개월여 만에 13%가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이날 4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68달러(2.07%) 오른 배럴당 82.72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며 지난해 10월 27일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상승률이 15.5%에 달한다.
2~3월은 본래 계절적 요인으로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지만 올해는 지정학적 위기가 더해졌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이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톰 클로자 석유가격정보서비스(OPIS) 분석 책임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돈 줄인 정유시설을 공격하면서 유가를 올리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계속 석유 인프라를 목표로 삼는다면 글로벌 가격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으로 일부 유조선들이 경로를 변경하면서 비용이 추가된 것도 가격 부담을 키우고 있다.
휘발유 가격 급등은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이미 인플레이션 진전에 압박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오는 6월까지 금리가 동결될 전망은 한 달 전보다 18% 포인트 상승한 42%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시카고 부스경영대학원과 함께 진행한 설문에서 경제학자 3분의 2 이상은 올해 금리 인하 횟수를 2회 이하로 전망했다.
휘발유 가격 급등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에도 악재다.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 가까이 급등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CNN은 “휘발유 가격의 빠른 상승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려는 백악관과 연준 관리들에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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