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르면 내년 초쯤 반도체 업황이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에서 기업과 국가가 ‘원팀’을 이루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지난 12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개막한 제46회 제주포럼 개회식에 앞서 가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반도체는 업 앤드 다운이 있고 조만간 업(반등)이 될 것”이라며 “옛날보다 업다운의 사이클이 빨라질 뿐만 아니라 진폭 자체가 커지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최 회장은 기자단과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이중 상당수는 반도체 업황과 앞으로의 경제 전망에 관한 얘기였다. 그는 “경제학자가 아니라 거시경제에 밝지 않다”면서도 경제단체장이자 재계 서열 2위인 SK그룹 오너로써 허심탄회한 얘기를 쏟아냈다.
반도체 업황의 증폭이 커지는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있다”며 “팬데믹 때 거의 모든 가전, 소프트웨어 수요가 폭발했는데 팬데믹이 끝나는 무렵에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미‧중 간 갈등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집중되다 보니까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울러 “진폭과 사이클이 빨라지고 커지는 경향이 있다 보니까 사업을 관리하는 게 너무 어려워졌다”며 “이 생각은 저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하는 사람은 비슷한 느낌을 다 가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반도체 업황 회복이) 6개월 뒤냐 1년 뒤냐의 문제로 보인다”며 이르면 내년부터는 회복해 신규 투자에도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중국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미‧중 갈등 국면에 신규 투자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에 최 회장은 반도체에 대한 애정과 함께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길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정부와 민간이 원팀이 돼서 활동해야 한다”며 “주도권은 한 번 잃으면 회복되지 않는다”고 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대한 열망도 드러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4차 프레젠테이션 이후 국내에서 일고 있는 비관론에 대해 그는 “자꾸 비관하기 시작하면 어렵다. 내부에서도 낙관과 비관이 충돌하지만 가능하면 낙관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엑스포는 결국 시장 개척”이라며 “2030년 엑스포를 치르게 되면 전혀 다른 국가가 될 공산이 크다. (한반도를 넘어선) 영토확장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부산 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다.
제주=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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