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이례적인 집중 공습을 퍼부었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18발을 모두 격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여러 발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한꺼번에 격추했다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군이 이날 오전 3시30분쯤 육해공 기반 미사일 18발로 우크라이나를 북·남·동쪽에서 공격했다”며 “모든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전투기를 이용한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 6발, 흑해 함정에서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9발, 지상에서 ‘아스칸데르’ 탄도미사일 3발을 키이우에 집중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키이우 군정 수장인 세르게이 포프코는 텔레그램에 글을 올려 “최단 기간에 최다 미사일을 퍼부은 이례적인 강도”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날 공습으로 키이우 곳곳에서 잔해가 발견됐으며 서부 지역에서 차량 여러 대가 불에 타고 건물 한 채가 파손됐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부상자는 3명으로 집계됐으며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공습 사이렌이 울려 퍼졌으며 키이우와 인근 지역에서는 사이렌이 3시간이나 계속됐다. 일부 잔해가 자동차 여러 대에 떨어져 화재로 이어지기도 했다. 키이우 서부에서는 건물 한 채가 파손됐다.
날아든 미사일을 모두 격추했다는 우크라이나 발표가 사실이라면 서방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방공망(防空網)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킨잘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8년부터 러시아의 차세대 신무기 6종 중 하나로 자랑한 미사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지난해 가을 처음으로 실전에서 사용됐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일에도 미국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지대공 방공 체계 패트리엇 미사일을 처음 활용해 키이우에 날아온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공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몇 주간 중단했던 장거리 미사일 공습을 지난달 말부터 재개했다. 이날 공습을 포함해 이달 들어서 키이우를 향해 8차례 공습을 퍼부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지금까지 대부분을 격퇴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사일 18기를 전원 격추했다는 우크라이나군 측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오히려 자신들이 킨잘을 동원한 고정밀 타격으로 키이우의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하루 동안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영국산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 7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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