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아양 친 음주男, 전직 공무원… “다른 1명도 위중”

대낮에 만취해 운전하다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고(故) 배승아(9)양 등 초등생 4명을 친 60대 운전자가 전직 충남도청 공무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법 윤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를 받는 전직 공무원 A씨(66)에 대해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8일 오후 2시21분쯤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스쿨존 내에서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해 길을 걷던 승아양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7년까지 충남도청에서 근무했던 공직자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전의 한 지역 주민자치위원장으로 활동 중이었다고 한다. 음주 전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구속 전 대전둔산경찰서 앞에서 “유가족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면서도 “사고를 막기 위해 감속하는 등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A씨는 지난 8일 지인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소주 반 병가량을 마셨다”고 진술했으나 사고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넘는 0.108%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와 함께 술을 마신 지인들을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승아양과 함께 차에 치인 초등학생 3명도 부상을 입었는데, 그중 1명의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뇌수술을 받고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승아양의 외삼촌이라고 밝힌 B씨가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B씨는 “승아랑 같이 사고를 당한 아이들 중 한 명의 오빠가 빈소를 다녀갔는데 (그 아이가) 중환자실에 있다고 한다”면서 “심지어 그 친구가 우리 승아의 가장 친한 ‘절친’이었다고 한다. 먼저 떠난 우리 승아는 어쩔 수 없지만 그 친구가 빨리 나아서 건강을 되찾길 다 같이 기원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적는다. 다 같이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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