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화를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 NBC방송은 31일(현지시간)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대규모 지원을 발표했음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추가 지원을 요청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열거한 것이 계기가 돼 화를 냈다고 보도했다.
당시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10억 달러(약 1조4200억원)를 승인했다는 통지를 끝내기 전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장에서 필요한 지원 품목들을 나열하기 시작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화를 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언성을 높이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필요한 지원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보다 미국의 지원에 감사를 더 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BC는 바이든 대통령의 반응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발언에 대한 것은 맞으나, 불만 자체는 수 주간 누적됐던 것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시하기보다 추가 지원이 필요한 무기만 강조한 것이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6월 15일 통화 직후 공개적으로 미국에 감사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미국은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재까지 약 179억달러(약 25조5800억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실시했다. 미 정부는 11월 중간선거 이후 진행되는 이른바 ‘레임덕 세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추가 예산을 확보할 방침이다. 그러나 하원 승리가 유력한 공화당에서는 ‘백지 수표’는 안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폭 지원하는 것에 견제를 예고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이전보다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지원 부담 등을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매개로 휴전 협상을 압박할 것을 요구했으나, 정치적 논란으로 곧바로 철회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6월 통화 중 화를 낸 것도 향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여론이 변화할 가능성에 대한 초기 우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NBC는 전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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