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매체가 한국의 ‘마라탕 열풍’을 보도하자 중국 누리꾼들이 “한국은 마라탕까지 빼앗으려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중국 중앙방송 CCTV는 지난 22일 한국에서 시민들이 ‘이열치열’을 위한 메뉴로 마라탕을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방송은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마라탕 가게를 찾아 “한국에서 고온다습한 날씨가 계속되자 많은 한국인이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뜨거운 마라탕을 먹으며 좋아한다”며 “한국 식품회사들은 집에서 간편히 먹을 수 있는 마라탕 밀키트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내 카드업체 체크카드 매출 데이터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한국 여학생들이 떡볶이보다 마라탕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최근 KB국민카드가 지난 4년간 한국 중·고·대학생들의 체크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여자 중·고·대학생들은 모두 떡볶이전문점(5%)보다 마라샹궈‧훠거전문점(7%)에서 더 많은 돈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기사는 중국의 대표적인 SNS ‘웨이보’에 올랐고 중국 누리꾼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보도 다음 날인 23일 웨이보의 실시간 검색어 2위에는 ‘마라탕에 빠진 한국’이라는 키워드가 올라왔다.
기사에는 1만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이 마라탕을 자기네 것으로 우길까 겁난다” “우리 음식 마라탕이 한국인들에게 사랑을 받는 게 너무 불행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일부 누리꾼은 “한국인들이 마라탕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김치에 이어 마라탕까지 훔쳐가려 한다”는 조롱 섞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중국은 한복·김치·판소리 등이 자신들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동북공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입은 소녀를 등장시켜 논란을 빚었으며, 김치를 ‘한국 파오차이’로 부르며 김치가 중국 음식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파오차이는 중국 쓰촨성의 절임 채소로 김치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다.
이 같은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이 알려지자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공분이 일고 있다. 마라탕을 우리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국 누리꾼들은 “마라탕, 줘도 안 갖는다” “중국은 자기들이 다른 나라 문화를 자국 것이라고 우긴다고 해서 한국도 똑같이 그럴 줄 아나보다” “누가 마라탕을 한국 음식이라고 하냐. 마라탕 필요 없으니 김치, 한복이나 건들지 마라” 등의 입장을 남겼다.
또 일부 누리꾼은 “마라탕이 2~3년 전쯤 열풍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몇몇 가게의 위생 논란 때문에 인기가 사그라들었다”고 지적했다.
마라탕의 ‘비위생 논란’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불거졌다. 지난해 마라탕 안에서 정체 모를 벌레 여러 마리를 발견했다는 후기를 비롯해 치즈 모양의 씹던 껌이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타일 접착제 통에 마라탕의 주재료인 넓적 당면이 담겨 있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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