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과 관련해 “한국의 우려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또 한·중간 문화 콘텐츠 교류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전면적이고 획기적인 개방’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리 위원장은 “한국 측 관심을 고려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장은 6일 베이징 특파원단 화상 간담회에서 전날 리 위원장과 1시간남짓 공식 회담을 하고 만찬을 함께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장은 전인대 초청으로 베이징 올림픽 개막에 맞춰 중국을 방문했다.
박 의장은 올림픽 개막식 행사 때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등장해 한국에서 반발 여론이 인 데 대해 “중국의 14억2000만 인구 중 한족을 제외한 55개 민족, 1억2000만명이 소수민족”이라며 “그러한 관점에서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복이 한국의 대표적 문화라는 사실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선 중국 당국과 당당하고 건설적으로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한국의 입장을 전달한 것이 정부 차원의 항의였는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박 의장은 리 위원장이 “관계 부처에 한국 입장을 전달하고 한국 측의 관심을 고려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4일 베이징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의 각계 대표와 56개 민족 대표 등이 중국 국기를 전달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여기에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하자 한국에선 중국의 ‘한복 공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개막식 사전 행사 때는 소수민족의 전통과 풍습을 담은 영상이 대형 화면에 상영됐는데, 조선족자치주가 있는 지린성 바이샨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한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둘러앉아 윷놀이를 하고 쥐불놀이와 상모 돌리기하는 모습이 나왔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 백과사전은 한복을 ‘조선족의 전통 의상으로 민족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중국 수당시대 복식의 특징을 계승하고 있어 복장사 연구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008년 6월 조선족 복식을 국가급 무형문화재에 등재했다.
박 의장은 리 위원장에게 문화 콘텐츠의 전면적이고 획기적인 개방과 교류를 여러번 강조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2016년 7월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영화와 드라마, 대중음악 등 콘텐츠의 중국 상영 및 공연을 암묵적으로 틀어막았다. 한·중은 2017년 10월 사드 갈등을 봉합하고 양국 관계를 복원하기로 합의했지만 한류제한령(한한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고위급 교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에 한한령 해제를 요구해왔지만 중국은 ‘한국 측 입장을 고려하겠다’는 식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도 리 위원장은 “담당 부처에 전달하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박 의장이 전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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